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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손질서 버무리기까지…호텔셰프 '손맛'이 비결

■조선호텔 성수동 김치공장 가보니

30년 경력 셰프 등 장인들 주도

맛 물론 모양도 하나씩 신경 써

매출 급증해 핵심 사업부로 승격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조선호텔의 프리미엄 김치 공장에서 김순희(오른쪽에서 첫 번째)씨를 비롯한 작업자들이 배추김치를 버무리고 있다./백주원기자




서울의 아침 기온이 영하 11도까지 떨어지며 최강 한파가 시작된 지난 14일. 전국이 꽁꽁 얼어붙은 강추위에도 ‘이곳’의 공기만큼은 뚜렷하게 자기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 군침 돌게 새빨간 자태처럼, 매콤하고 짭조름한 냄새가 진하게 흘러나오는 이곳은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조선호텔의 프리미엄 김치 공장. 고급 포장 김치 시장을 주도하는 ‘인기 아이템’은 80여 평 남짓한 이 작은 공간에서 전문가들의 손을 거쳐 탄생하고 있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하루에 만드는 김치양이 눈에 띄게 많아져요.” 조선호텔 김치는 2004년 처음 판매를 시작해 최근 호텔 한 개 사업장의 매출 규모와 맞먹을 만큼 성장했다. 연평균 매출 신장률이 매년 두 자릿수를 기록할 정도다. 공장에서 생산하는 김치 종류만 20여 종으로 지난해에는 어린이를 위한 ‘조선주니어 김치’를 추가하며 품목 수도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눈부신 성장의 비결은 ‘전문가의 손맛’에 있다. 호텔 출신 셰프들이 재료 손질부터 버무리기까지 전 과정에 투입돼 특별한 정성을 쏟는 것이다. 이날 공장에서는 10년간 김치를 만든 김순희(69)씨 주도로 10여 명 남짓한 작업자들이 배추김치를 버무리고 있었다. 김씨는 30년 가까이 조선호텔 셰프로 근무하다 퇴임한 뒤 이곳에 합류했다. 그와 함께하는 작업자들도 7~8년 경력을 자랑하는 김치 전문가다. 흐트러짐 없이 안정적으로 김치를 버무리는 그들의 모습에서 고수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은 법이라 했던가. 맛은 물론 모양까지 예쁜 호텔 김치에는 자로 잰 듯 정성을 들여 김치를 마는 작업자들의 노고가 담겨있었다. 김치를 ‘담근다’가 아닌 ‘빚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법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김치는 당일 생산, 당일 납품을 원칙으로 한다. 여기에 경북 영양의 고춧가루, 충남 보령의 젓갈, 전남 신안의 천일염 등 좋은 품질의 지역 특산물을 사용한다. 김치 종류별로 다른 최고의 조리법에도 공을 들였다. 예컨대 ‘묵은지’ 하면 기존 배추김치를 숙성한다고 생각하지만, 조선호텔은 묵은지만을 위한 양념 배합을 따로 해 김치를 만든 뒤 별도의 저장 시설에 6개월간 숙성한 뒤 판매한다.

철저한 위생관리는 기본이다. 온·습도 유지는 기본이고 이물질을 잘 발견하고, 김치 색깔을 균일하게 보기 위해 조도까지 신경 쓴다. 미생물 연구소도 운영하며 유산균을 만들고, 기생충 검사까지 철저하게 진행한다.

이처럼 최고의 품질을 더하며 프리미엄 김치 시장을 넓히고 있는 조선호텔 김치는 최근 파트에서 팀으로 승격될 만큼 조선호텔에서 핵심 사업부로 자리 잡았다. 2020년부터 김치 사업팀을 이끌고 있는 정승은 팀장은 “2년 사이에 작업 공간을 20여 평 넓히고, 작업자 수도 2배 늘리는 등 사업 성장이 계속되고 있다”며 “작업자 14명을 포함해 총 21명의 직원이 모두 고급 김치를 만든다는 것에 자부심 하나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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