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금융 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11월 개인소비지출(PCE) 발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주 발표된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같이 인플레이션 둔화세를 확인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월가는 지난주 연준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금리 인상도 금리 인상이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이에 이번 주 예정된 11월 컨퍼런스보드 경기선행지수(LEI), 내구재 수주 등 경기 관련 지표 발표도 주목해야 할 경제 데이터입니다.
CPI 둔화에도 금리 인상 예고한 연준…"월가, 물가보다 침체 걱정"
‘인플레이션은 완화됐지만 경기 침체 경고음은 커졌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경제 데이터를 요약하면 이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1월 CPI는 헤드라인, 근원 수치 모두 전망치를 하회하며 인플레이션 정점론에 힘을 실었습니다.
반면 경기 관련된 지표는 모두 예상치 보다 더욱 악화됐습니다. 필라델피아와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각각 발표한 지역 제조업지수는 전망치를 하회하면서 위축의 강도를 높였습니다. 11월 산업생산도 0.0%를 전망했지만 -0.2%로 줄어들었습니다.
무엇보다 11월 소매판매의 하락세가 두드러졌습니다. 11월 소매 및 식품 서비스 판매(소매판매)가 6894억 달러를 기록해 전월 대비 0.6% 하락했는데요. -0.3% 줄것이라 봤던 전망치보다 더 줄었습니다. 11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었습니다.
개인 소비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8%가량을 차지하는 미국 경제의 주춧돌입니다. 특히나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 등이 있는 쇼핑의 달에 오히려 감소했다는 것은 미국인의 소비 상황이 예사롭지 않은 지점에 서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특히 소매 판매 데이터는 인플레이션을 고려하지 않고 그저 총액을 비교하는 데요, 전월 대비 물가가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11월 들어 소비자들의 구매 감소 비중은 더욱 크다는 뜻입니다. 소비 컨설팅 기업인 커스터머그로스파트너스의 크레이그 존슨 최고경영자(CEO)는 “대부분의 가정은 물가와 금리 상승, 주택 가격 하락으로 그들 앞에 놓인 길이 평탄하지 않다는 점을 알고 전략적으로 소비하고 있다”며 “이는 그들이 경기 침체가 현실이 될 가능성을 매우 높게 여긴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제롬 파월 의장은 13일 FOMC 기자 회견에서 "우리의 경제 전망에 내년 금리 인하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연준이 이번에 내년말 금리를 5.1%로 제시한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2~3차례 금리를 더 올린 뒤 내년 말까지 유지한다는 매파적 발언입니다.
△물가 하락세를 반영할 것이란 기대를 깨고 연준이 금리 인상 행보를 강화한 점 △경기침체 위험이 커지는 점을 반영해 주요 뉴욕증시는 지난주 하락했습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한 주간 1.66% 하락했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2.08%, 2.72% 떨어졌습니다.
‘경제에 나쁜 소식=주가에 좋은 소식’ 공식 끝나나
하락을 주도한 요인은 금리 인상보다 경기 침체라는 것이 월가의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이는 뉴욕증시 뿐 아니라 미국 금융 시장 전체를 바라볼 때 주목할 만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인데요, 우선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개최 당일 3.50%에서 현재 3.49%로 낮아졌습니다. 그동안 연준의 FOMC가 매파적일 수록 국채 수익률은 오르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초단기 금리인 기준금리가 올라갈 것 같으니 상대적 장기 금리인 국채금리도 이를 반영하는 움직임이었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변동이 없거나 소폭 수익률이 줄었습니다. 심지어 기준금리 전망에 민감한 2년물 국채 수익률도 같은 기간 4.22%에서 4.18%로 더 내려갔습니다.
이는 국채 시장이 연준의 금리 인상 강화로 경기 침체가 오고, 이에 결국 연준이 금리를 내려야 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의 수석 전략가 에드 크리솔드는 “시장은 기준금리가 이미 충분히 올랐다고 말하는 것”이라며 “연준이 너무 밀어붙이면 침체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연방기금 선물시장은 기준금리가 내년 5월 정점을 찍은 뒤 9월 인하를 시작해 연말이면 4.25~4.5%까지 내려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계획과는 다른 전망이지요.
네드 데이비드 리서치는 이에 주식과 채권 간의 1년 상관관계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바뀌었다고 지적합니다. 기존에는 '연준의 매파 행보→채권 수익률 상승&주가 하락' 의 패턴이었다면, 지난주에는 '연준의 매파→채권 수익률과 주가 동시 하락'의 모습이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이는 경제 지표를 해석하는 방법에도 변화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경기 지표가 나쁘면,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주가가 오르고, 튼튼한 지표가 나올때는 금리 인상 가능성에 주가가 하락하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다만 이제 금융시장이 경기침체를 더 걱정한다면 경기에 대한 나쁜 지표가 주가 하락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짐 베어드 플란테모란파이낸설어드바이저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짐 베어드는 “시장은 이제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 아니라 (침체에 따른) 기업 수익이 흔들릴 것을 걱정하고 있다”며 “이에 나쁜 소식이 나쁜 소식이 시기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근원 PCE 4.7% 전망…연준 목표치 내 들어올까
이번주에는 주택건설과 매매 관련 지표가 몰려 있습니다. 시작은 19일 12월 전미주택건설협회(NAHB)의 주택시장지수입니다. 900개 업체 대상 설문조사를 통해 주택판매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지표인데요, 34로 전월(33)대비 개선된다는 전망이지만 전망치 50을 훨씬 밑돌고 있습니다.
20일 예정된 11월 주택착공과 건축허가건수도 전월 대비 하락할 전망입니다. 부동산 시장은 기준 금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영역 중 한 곳인데요, 기준 금리 상승으로 모기지 금리가 상승하면서 주택 구매 수요가 줄기 때문입니다. 현재 30년 고정금리 평균 모기지 금리는 6.42%로 정점이었던 10월 7.16% 보다는 낮지만 3.5% 안팎이었던 연초와 비교하면 높습니다. 비라일리파이낸셜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아트호건은 “CPI와 PCE는 경제의 후행 지표”라며 “이번주 나오는 주택 시장 데이터를 통해 주거 영역의 하락속도가 CPI와 PCE에서 나타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22일에 발표되는 11월 컨퍼런스보드 경기선행지수(LEI)는 경기 지표입니다. 전월 0.8%하락에 이어 또다시 0.5% 하락하며 경기 침체 우려를 자극할 전망입니다. 컨퍼런스보드의 LEI는 제조업 근로시간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건축허가 건수, 증시, 신규주문, 회사채와 국채와의 금리 차이 등 10가지 구성 요소를 이용해서 산출하는 데요, 앞서 살펴봤던 대로 주택 시장이나, 증시와 같은 LEI 구성 지표 전반이 좋지 않습니다. 전월까지 8개월 연속 하락이었는데요, 이번에 하락하면 9개월 연속이 됩니다. 웰스파고는 “LEI가 6개월 평균 -0.4%를 밑돌면 경기 침체가 발생하는 임계치를 넘었다는 뜻”이라며 “현재 LEI 6개월 평균은 -0.7%”라고 말했습니다. 콘퍼런스 보드의 스타만 오질디림 시니어 디렉터는 “이는 경제가 침체에 빠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연말부터 시작해 2023년 중반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봤습니다.
금요일에는 연준이 정책 기준으로 삼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PCE가 발표됩니다. 연준이 12월 FOMC에서 제시한 올 연말 PCE 수치는 5.6%, 근원 PCE은 4.8%입니다. 현재 11월 PCE에 대한 월가의 전망은 헤드라인 5.5%, 근원 4.7%로 연준의 전망보다 다소 낮고, 전년 대비 하락폭도 다소 큰것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12월에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지만 이번 발표에서 이같은 예상치 수준까지 내려오지 않는다면, 연준의 금리 인상 강화 우려가 번질 수 있겠지요. 이는 침체 가능성 확대를 의미합니다.
12월은 통계적으로 산타랠리라고 불리는 상승기입니다. CNBC에 따르면 12월 마지막 5거래일과 1월 2거래일의 평균 상승률은 1.3%입니다. 여전히 높은 물가, 연준의 금리인상, 커지는 경기침체 우려로 증시에서는 연말 분위기가 잘 느껴지지 않고 있습니다. 스트래티재스의 애널리스트 토드 손은 "아직 산타랠리의 기회는 있다"며 “다만 이미 지나갔을 수도 있다”고 봤습니다.
트루이스트어디바이저리 서비스의 CIO는 "최근 하락했지만 주가는 여전히 무겁다"며 “일부에서는 산타랠리를 포기하는 분위기도 나오고 있으며, 일부 랠리가 있을 수는 있지만 아마도 기대보다 상승폭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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