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3차원 구강 스캐너 제조사인 메디트를 약 2조 4000억 원에 인수한다. 매각 추진 초반에 3조 원을 호가했던 메디트는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줄고 투자심리가 악화하면서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가 됐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디트 매각을 추진하는 PEF 운용사 유니슨캐피탈과 매각 주관사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다음 주초 MBK파트너스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매각가는 지분 100%를 기준으로 2조 3000억 원 후반~2조 4000억 원 초반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MBK는 지난달 29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후 삼정KPMG를 통해 메디트 실사를 진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우협 대상자로 선정됐을 때 큰 틀의 합의가 있었고 이후 이를 확인하기 위한 실사 작업을 거쳤다”면서 “주말까지 막판 세부 조율을 마친 뒤 주초에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메디트는 2000년 장민호 고려대 기계공학과 교수가 창업했다. 2019년 중견 PEF인 유니슨캐피탈이 메디트 지분 50%+1주를 3200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주우식 전 삼성전자 부사장이 이끄는 신생 PEF 운용사 옐로씨매니지먼트도 펀드를 결성해 유니슨과 함께 참여했다. 나머지 지분 대부분은 경영에서 물러난 장 교수와 임직원이 들고 있으며 이번에 유니슨과 함께 매각할 계획이다. 유니슨은 인수 4년여 만에 메디트의 기업가치를 4배 올려 되팔게 됐다.
앞서 예비입찰과 본입찰을 거쳐 칼라일그룹·GS 컨소시엄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우협 기간이 짧았고 때마침 예상보다 저조한 10월 실적이 불거지면서 최종 매매계약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칼라일 컨소시엄과 경쟁한 블랙스톤·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도 추가 제안이 없었다. 그 직후인 11월 말 MBK가 우협에 선정돼 한 달 만에 인수를 확정 지었다.
메디트는 MBK의 올해 첫 국내 경영권 인수에 해당한다. 지난해 말 e커머스 기업 코리아센터와 다나와, 신발 섬유 제조사 경진섬유와 동진섬유의 경영권을 인수한 뒤 올해는 카카오모빌리티·메가스터디의 경영권을 노렸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2020년 결성한 8조 5000억 원의 5호 블라인드 펀드(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고 조성한 대형 펀드)가 충분하고 은행과 증권사 등이 인수금융에 참여하겠다는 의향이 있어 자금 조달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메디트의 매출은 2019년 722억 원, 지난해 1906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회사의 현금 창출력을 뜻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비타)은 367억 원에서 1039억 원으로 상승했다. 올해 10월 예상했던 매출 250억 원보다 20% 줄었지만 지난해를 뛰어넘는 오름세는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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