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의 주가 하락세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고 있다. 경기 침체로 자동차 수요가 줄고 실적이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타격도 변수다. 국내 제조업의 한 축인 현대차그룹의 주가 약세가 내년 국내 제조업의 어려운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 주가는 전날보다 2000원(1.26%) 하락한 15만 7000원에 마감해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최근 5거래일간 두 번의 신저가를 기록했다. 이달에만 7.1% 내렸다. 기아차도 52주 신저가(6만 2400원)다. 이달 9% 하락했다. 같은 기간 부품사인 현대모비스(-5.3%), HL만도(-11.9%) 등도 낙폭이 컸다. KRX자동차지수는 이달 6.04% 내렸고 11월 1일 이후로는 KRX지수 중 가장 하락 폭(4.94%)이 컸다.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이 가장 큰 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판매 성장률은 둔화하고 있다. 현대차 9월 판매량은 전년보다 24.4% 증가했고 10월에는 12%, 11월에는 10.7% 늘었다. 계절적 요인이 있다고 하지만 증가 폭은 줄고 있다. 특히 내수 시장은 11월 들어 전년 대비 1.8% 줄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무이자 할부 판매 카드를 꺼내든 배경이다.
대외적으로는 IRA 이슈가 있다. 전기차나 수소차 등 친환경차 판매량은 현대차 전체 판매의 2.8% 수준이지만 미래 먹거리다. IRA에 따라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고 친환경차 경쟁력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 공장 투자 경제성 재검토에 나서겠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업체 대부분의 주가가 급락 중이다. IRA 수혜가 예상되는 미국 업체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이달 들어 포드(-17%), GM(-12.6%)은 물론 전기차 업체 테슬라(-23%)의 주가 하락률도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세계 판매 1위인 일본 도요타(-8.2%)를 비롯해 독일 폭스바겐(-12.9%) 역시 약세다. 임은영 삼성증권 모빌리티팀장은 “IRA가 악재라면 반사이익을 보는 업체가 있어야 하는데 주가는 그렇지 않다”며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 전망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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