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택투지공사(LH)가 공공기관 개혁방안의 하나로 집단에너지사업에서 철수하면서 열병합발전소 매각에 나섰으나, 영업 적자 탓에 인수 후보들이 포기하는 분위기다.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없는 부지 값을 매각가에 적용하자 반발했기 때문인데 LH 개혁에 차질을 빚게 됐다.
21일 LH와 매각주간사 삼정KPMG는 이달 6일 집단에너지사업 매각의 숏리스트로 JB도시가스(옛 중부도시가스), IBK자산운용, 칼리스타캐피탈을 포함한 복수의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을 선정했다. 원매자들은 내년 2월 본입찰을 앞두고 사업 타당성과 기술 및 재무 실사 참여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집단에너지사업(대전서남부, 아산배방·탕정지구) 일체이며, 사업에 대한 포괄적 영업 양수도 방식으로 진행된다. LH가 책정한 매각 가격은 1020억 원으로 원매자들은 입찰 참여를 위해 해당 금액 이상을 제시해야 한다.
집단에너지는 열병합발전소를 통해 발생한 열을 활용해 냉방과 난방, 온수를 동시에 공급하는 지역 냉·난방시스템 사업이다. 열 발생 과정에서 생산하는 전기는 한전에 판매해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다.
이번 매각은 지난해 6월 정부가 발표한 LH 혁신방안에 따른 조치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설립 목적과 맞지 않는 업무를 민간에 이양하기로 하고 프로젝트파이낸스(PF)와 집단에너지 사업을 기존 LH의 업무에서 폐지하기로 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선 대전서남부 집단에너지 사업 매각가에 토지감정가 630억 원을 포함한 것이 무리한 가격 책정이라고 주장했다. LH는 앞서 입찰 원매자에게 영업가치 혹은 토지감정가 기준으로 매각가를 책정하겠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대전서남부의 발전소에는 추가 개발이 가능한 용지가 없고, 에너지설비 발전소가 위치한 부지는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없어 별도로 토지 가격을 매길 수 없다는 게 인수 후보들의 주장이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대전서남부 발전소 부지에는 이미 주거 및 상업 지역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발전 시설이 세워져 있어 유휴 부지가 없다"며 "집단에너지설비 부지는 주거지나 산업단지로 개발이 불가능해 토지감정가가 아닌 영업가치로 매각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설명했다.
아산배방·탕정 발전소는 사업 가치와 현금 흐름을 고려해 390억 원의 가격이 책정된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해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비타)가 89억 원을 기록해 대전서남부 발전소와 달리 수익성이 높아 원매자들이 인수를 검토 중이다.
반면 대전서남부 발전소는 영업 적자 상태로 지난해 에비타가 마이너스(-)35억 원을 기록했다. 이미 올해 상반기까지 에비타는 -27억 원으로 열병합발전 용량이 낮은 탓에 손실이 계속되는 상태다.
영업 적자인 대전서남부 발전소 매각가가 아산배방·탕정 보다 높게 책정된 셈이다. 이 때문에 5곳 중 2곳 이상은 원매자는 이미 입찰 포기를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LH는 "매각 예정 가격은 에너지사업 일체의 순자산가액과 토지감정평가 결과, 사업 가치 평가 등을 고려해 최적의 가격으로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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