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농부’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슈퍼 개미’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가 조광피혁(004700) 오너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등을 비판하며 “회계장부를 열람하겠다”고 나섰다. 조광피혁은 “박 대표가 자신의 투자 수익을 위해 회사 측에 자기 지분을 사달라고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며 응수했다. ★본지 2021년 1월 20일자 19면, 2021년 11월 6일자 1·2면 참조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박 대표는 최근 조광피혁을 상대로 법원에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17년 전부터 조광피혁에 투자해 현재 자신의 회사인 스마트인컴과 함께 지분을 14.8% 보유하고 있다. 이연석 조광피혁 대표 등 오너 일가(30.3%)에 이은 2대 주주다.
박 대표는 조광피혁과 2년째 법정 공방을 하고 있다. 그는 조광피혁이 이 대표가 설립한 ‘조광’에 임가공 용역 일감 몰아주기를 했는지 조사해야 한다며 2020년 12월 청주지방법원에 조광피혁 검사인 선임을 신청했다.
이듬해 10월 청주지법은 조광피혁과 ‘조광’ 사이의 거래 문제를 검사인이 살펴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후 조광피혁이 항고하면서 현재까지 법정 공방이 진행되고 있다. 검사인 선임이 늦어지면서 조광피혁의 일감 몰아주기 규명도 미뤄지고 있어 박 대표 측은 회계장부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 측은 조광피혁이 ‘조광’에 2015년부터 7년간 507억 원의 일감을 몰아줬다고 보고 있다.
올 8월 이 대표가 차명으로 보유하던 조광피혁 주식 26만 9479주(지분율 4.05%)를 실명 전환한다고 공시한 것도 이번 가처분 신청의 배경이다. 이에 따라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25.9%에서 30.3%로 늘어났다. 박 대표 측 관계자는 “이번에 실명 전환된 차명주식으로 과거 어떻게 의결권을 행사했으며 그것이 지금 이 대표의 경영권 확보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전혀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조광피혁은 ‘박 대표가 자기 지분을 사달라고 압박하기 위해 검사인 선임이나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 대표가 시장에서 잘 거래되지 않은 조광피혁 주식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회사에 지분을 넘기는 것밖에는 답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조광피혁은 하루 거래량이 1000주에도 못 미치는 날이 많을 정도로 거래가 뜸하다. 자사주와 대주주 지분을 제외한 유통 주식 수 중 약 60%가 박 대표의 주식이라 다른 기관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를 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박 대표 측에서 2020년 3월 조광피혁 관계자에게 “자기 주식을 사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 조광피혁 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박 대표 측 관계자는 “그런 적 없다”며 부인했다.
조광피혁 관계자는 “2015년 이전에도 계속 외주로 맡기던 부분을 조광이 외주를 유지하되 임가공을 총괄하는 것으로 바뀐 건데 2020년도에 갑자기 (박 대표 쪽에서) 문제가 있다고 제기한 것”이라며 “(박 대표가) 본인 지분을 팔려고 여러 시도를 하다가 일종의 액션으로 (검사인 선임 신청 등이) 나온 것 아니냐는 게 저희 회사 측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의 차명주식 실명 전환에 대해서는 “말씀 드리는 것이 부적절한 것 같다”고 회피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vita@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