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2차전지 소재 분야 주요 스타트업으로 꼽히는 에스엠랩이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심사 과정에서 기업공개(IPO)를 중단했다. 에스엠랩은 ‘IPO 후 자금조달’을 통해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해 거래소 측이 “불안하다”는 입장을 제시하면서 예심을 철회하게 됐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스엠랩은 최근 코스닥 상장을 위해 진행한 거래소 상장 예심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에스엠랩은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UNIST) 특훈교수가 2018년 세운 교원 창업 기업이다.
니켈 함량이 80% 이상인 하이니켈 단결정 양극재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에 주로 쓰이는 리튬·인산·철(LFP) 양극재나 니켈·코발트·망간(NCM) 양극재보다 에너지 밀도는 높고 생산 비용은 낮은 게 특징이다.
단결정 양극재 원천기술은 에스엠랩이 그간 1000억 원 이상의 벤처 투자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됐다. 다올인베스트먼트(298870)·SV인베스트먼트(289080)·DSC인베스트먼트(241520) 등 국내 유수 벤처캐피털(VC)은 물론 산업은행·KT&G(033780)·한양증권(001750) 등 유력 기관들도 에스엠랩에 투자했다. 에스엠랩은 지난해 말 45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4000억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에스엠랩이 비록 지난해 946억 원의 순손실을 나타내는 등 이익을 내진 못하고 있지만, 일단 양산 설비만 갖추면 폭발적인 성장세를 낼 것이라는 판단이 깔렸다. 에스엠랩은 지난 7월 거래소에 기술특례 제도를 바탕으로 상장 예심을 신청하며 IPO를 본격화했다. 시장에선 에스엠랩이 공모를 통해 1조 원 안팎의 몸값을 인정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에스엠랩이 상장 심사를 철회한 것은 거래소 측에서 설비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 계획이 불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에스엠랩은 약 2000억 원을 투자해 공장을 세울 계획인데, 이 중 우선 600억 원을 IPO를 통해 조달하고 나머지 1400억 원은 담보대출 등을 통해 충당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거래소 측에선 에스엠랩이 IPO 이후 자금 조달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일반 주주들에게 돌아갈 리스크가 지나치게 크다고 봤다. 공모 이후에도 1400억 원을 조달해야 돼 본격적인 매출을 내기까진 일반인이 투자하기엔 불확실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이에 대해 일각에선 “투자 책임은 주주가 지는 건데, 거래소가 기업의 자금 조달보단 투자자 보호 쪽에 무게를 지나치게 싣고 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에스엠랩은 예심 과정에서 나온 지적 사항들을 반영한 뒤 다시 기술특례 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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