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 이전의 젊은 여성도 비만할수록 유방암 발병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안성귀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외과 교수, 이새별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에스트로겐 수용체(ER) 양성이면서 인간표피성장인자 수용체2(HER2) 음성인 45세 이하 유방암 환자 776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연구팀은 2010년 3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서울아산병원에서 완치 수술을 받은 ER 양성 HER2 음성 유방암 환자 2295명 중 45세 이하 환자 776명을 선별해 체질량지수(BMI)에 따라 비만 그룹과 정상 그룹으로 나누고 '온코타입Dx' 점수를 비교 분석했다. 온코타입 Dx 검사는 유방암 환자의 상태를 예측하고 항암 치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다중 유전자 검사법으로, 이 점수가 20점 이상이면 암이 더 공격적인 특징을 가진 것으로 보고 항암치료를 고려한다.
그 결과 같은 유방암이라도 비만 그룹에서 20점을 초과한 비율이 45.5%로 정상 그룹(27.3%)보다 높았다. 비만 그룹에서 항암치료를 시행받은 비율도 30.7%로 정상 그룹(20.2%) 보다 훨씬 많았다.
폐경기 여성에게 비만은 유방암 발병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폐경 전에는 난소에서 정상적으로 에스트로겐이 분비되지만, 폐경 후에는 주로 지방세포에 풍부한 아로마타제(Aromatase)라는 효소에 의해 에스트로겐이 만들어진다. 문제는 에스트로겐이 유방암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것. 실제 유방암의 약 70%에서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발견된다.
따라서 폐경 후 여성의 비만도가 높을수록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유방암이 잘 생기고 예후도 불량하다고 받아들여진다. 다만 폐경 전 여성의 경우 비만도의 영향에 대한 연구들은 상충된 결과를 보였다. 특히 폐경 후 여성의 비만도에 주목했던 서구권 연구들과 달리 폐경 전 여성 비율이 높은 국내 유방암의 특성을 다뤘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학술적 가치가 더욱 높다고 평가된다.
안성귀 교수는 "국내는 유독 폐경기 이전의 젊은 유방암 환자 비중이 높다는 점에 주목해 비만도와 암이 가지는 특징의 연관성을 연구했다"며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젊을 때부터 꾸준한 운동과 식습관 관리를 통해 비만을 예방하려는 생활 습관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의사협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자마 네트워크 오픈’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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