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내년 기업대출 확대를 위해 영업본부조직을 신설했다. 다른 대형 시중은행들도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내년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인한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내년에도 영업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내년 1월부터 ‘신성장기업영업본부’를 신설한다. 사업 전망성이 높은 기업 등을 조사하고 영업 마케팅 등을 통해 신규 고객 확보까지 이끌어내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최근 배터리 등 4차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를 다루는 기업들의 종류가 많아졌지만 정작 은행들이 취급하는 기업대출은 제한적이라 변화를 따라가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이에 유망 기업 중 담보가 없어 대출이 어렵거나 신생 기업 등을 위주로 조사해 신규 기업 고객으로 확보하며 다양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에 16일 열린 우리은행 이사회에서는 내년 사업 계획 수립 과정에서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을 늘리면서 신성장 업종을 영위하는 기업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는 방향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지금처럼 고금리가 지속되면 당분간 리테일 분야는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년 영업 환경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배터리나 자동차 부품 등 4차 산업 소재 기업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영업을 하는데 은행들은 대출 취급 과정에서 이런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신성장 기업에 대한 조사 등을 통해 담보가 없어도 유망한 기업들도 대출받을 수 있는 방향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사업 계획을 준비 중인 다른 주요 시중은행들도 가계대출보다는 기업대출에 무게를 두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내년에는 지금보다 가계대출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게 은행권의 공통된 전망”이라면서 “가계대출에서 줄어든 수요를 메우려면 기업대출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달 말 기준 4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94조 3561억 원으로 1월(70조 8445억 원)보다 23조 5116억 원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가계대출 잔액은 574조 1470억 원에서 559조 7578억 원으로 14조 3892억 원 감소했다.
이에 4대 시중은행 중 A 은행의 경우 올해 기업과 가계대출 여신 목표 비중은 6 대 4 수준이었지만 내년에는 7 대 3으로 기업대출을 확대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의 부행장은 “올 하반기 대출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예상보다 가계대출을 많이 하지 못했는데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업들이 담보로 잡은 상업용 부동산이나 공장 등도 가격이 조금 떨어지기는 했지만 아직 유동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스타트업까지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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