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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재정 고갈 2028년보다 당겨질 수도…의료수가 총액제·연간공제 필요"

[시한부 건보재정 대수술만이 살길]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인터뷰





“재정 건전성이라는 것은 결국 수입을 늘리거나 지출을 줄여 확보하는 것입니다. 국민건강보험의 지출을 효율화할 수 있는 새로운 지불 제도를 지금부터 계획해야 합니다.”

홍석철(사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건강금융연구센터장)가 22일 서울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건강보험 재정 고갈 시점이 정부가 예측한 2028년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지출을 효율화할 수 있는 구조를 지금이라도 갖춰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 민생경제분과장이기도 한 홍 교수는 건보 재정 건전성 악화 원인으로 △우리나라의 빠른 고령화 속도 △문재인케어로 낮아진 의료 이용 가격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서비스 수요 증가 등을 꼽았다. 홍 교수는 “인구구조나 건보 재정의 특징상 수입을 늘리는 것으로 지출 증가 속도를 따라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지출이 늘어가는 속도를 좀 느리게 하는 것, 다시 말해 지출 효율화에서 재정 건전성 악화 문제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홍 교수는 구체적 방안을 묻자 “의료 서비스 이용 가격 조정, 총액계약제, 연간 공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즉답했다. 총액제의 일종인 총액계약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 기관과 총액으로 계약을 맺고 수가를 지급하는 제도다. 공단이 건보 재정의 지출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의료계는 충분한 의료 서비스 제공이 위축될 수 있다며 이 제도 도입을 강력 반대하고 있다. 홍 교수가 또 다른 대안으로 제시한 연간 공제제도는 일정 금액 이상의 비용은 이용자가 부담하고 그 금액을 초과하는 이용분에 대해서만 건보를 적용하는 시스템이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행위별 수가 제도는 의료비를 많이 지출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총액제를 도입하자고 하면 ‘대만은 도입했다가 옛 제도로 돌아갔다’ ‘독일은 어떻더라’라고 얘기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민간보험사 등이 채택하고 있는 연간 공제제도를 국민건강보험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만 하다"며 “신포괄수가제를 일부 상병에 도입한 것처럼 총액제와 연간 공제제도를 시범 도입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건보 재정이 고갈 위기까지 처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홍 교수는 “‘문재인케어’가 크게 간과한 것은 의료 서비스 시장도 수요와 공급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가격이라는 점”이라며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르지 않고 정부가 가격을 결정함에 따라 소비자나 공급자가 얼마나 탄력적으로 반응할지 제대로 예측을 하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진단에 따라 비필수 의료 서비스 가격 인상, 본인 부담률 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홍 교수의 제안이다. 그는 “워낙 지출의 규모가 커서 자기공명영상(MRI)·초음파 검사 얘기만 하는데 사실 대부분의 의료 지출이 가격이 떨어지면서 이용이 늘어난 것이 사실”이라며 “불필요하게 이용을 많이 하는 서비스 항목에 대해서는 본인 부담률을 높이는 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가 꼽은 또 다른 건보 재정 위기의 원인은 실손 의료보험. 실손 의료보험 확대로 과도한 의료 이용이 촉발됐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건보가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의 본인 부담금을 커버해주는 것은 실손 보험의 원래 기능이기 때문에 괜찮겠지만 급여 항목의 본인 부담금까지 실손 보험이 커버를 해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본인 부담을 ‘0’으로 만들게 되면 의료 이용은 자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출 효율화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민간 보험사와의 조정 작업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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