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통 제약사 보령(003850)의 주가가 이틀 연속 하락하며 사흘 전 종가 대비 10% 가량 급락했다.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 확장 등 연구개발(R&D)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됐던 자금들이 ‘우주 헬스케어’ 사업에 대거 투입되며 시장의 기대에 역행한 탓이다. 여기에 더해 14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계열사 보령바이오파마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데, 업계에선 매각 자금을 우주 산업에 투자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보령의 주가는 이틀 연속 하락하고 있다. 전날 주가는 종가 대비 660원(6.6%) 가량 떨어졌으며 이날 1시 기준 역시 전날 종가 대비 220원(2.2%) 수준으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틀 만에 주가가 약 10% 가량 하락한 셈이다. 주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보령의 주식은 이날 1시 기준 1만 원 밑인 98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우주 산업에 대거 자금을 투입한 것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21일 미국의 민간 우주 정거장 개발사 엑시옴 스페이스에 649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시했다. 자금 조달은 자체 보유자금을 통해 이뤄졌다. 회사 관계자는 “민간 상업용 우주정거장 선도기업에 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우주 공간에서 선제적 사업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우주 산업을 신 성장 동력으로 삼은 보령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그리 곱진 않다. 보령의 이번 투자 규모는 자기자본 대비 13.7%, 자산총액 대비 7.8% 규모다. 한화투자증권 측은 이번 투자 규모가 회사의 자본 여력보다 큰 규모라고 판단하고 있다. 우주 사업에 후속 투자를 하게 되면 재무 건전성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보령에 대한 기업 분석을 중단할 방침이다. 김형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재무 변동성 확대로 커버리지에서 제외한다”고 했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유상증자를 하고 파이프라인 확장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우주 산업에 투자를 하니 좋게 보이진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보령은 지난해 4월 985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한편, 보령은 관계사인 보령바이오파마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령바이오파마는 지난해 매출 1391억 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199억 원을 기록한 회사다. 백신 생산을 담당하는 회사로 충북 진천 공장에서 일본 뇌염 백신, A형 간염 백신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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