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치 모니터 설치된 타석 있나요?”
요즘 골프 연습장에서는 손님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부쩍 많이 받는다고 한다. 론치 모니터는 스윙 데이터를 다양하게 보여주는 분석 기기다. 과거 프로 선수나 아마추어 고수들만 이용하던 이 기기는 최근 몇 년 새 ‘영 골퍼’들의 대거 유입으로 꽤 보편화됐고 올 들어서는 타석 일부나 전체에 론치 모니터를 설치하는 연습장이 전국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경기 용인과 하남 등 주로 수도권 연습장 타석에서 볼 수 있던 실외 전용 스윙 분석 기기 스펙트럼은 강원 원주, 대전, 제주로 서비스 범위를 넓힌 데 이어 조만간 전남 순천의 연습장에도 설치될 예정이다. 스펙트럼 관계자는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젊은 층은 운동도 데이터로 관리한다. 골프도 마찬가지”라며 “그런 욕구를 파악한 발 빠른 골프 연습장들이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론치 모니터를 설치한 타석은 일반 타석과 비교해 2000~3000원 올려 받아도 저항이 없고 인기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카드가 개인 신용·체크카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실내외 골프 연습장의 올 1~3분기 매출은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395%, 61%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연습장 브랜드인 쇼골프는 올해 이곳을 찾은 2030세대 골퍼가 전년 대비 4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코로나19의 엔데믹(풍토병화)과 ‘짠테크’ 분위기에 골프 인구 유입도 주춤해진 듯하지만 데이터로 무장한 연습장 시장은 오히려 더 뜨겁다. 쇼골프 운영사인 XGOLF가 회원 대상 설문을 실시한 결과 연습장 선택 때 최우선 기준은 접근성과 가격이 아닌 ‘시설(44.2%)’이었다.
쇼골프 연습장도 론치 모니터(플라이트스코프)로 무장했다. 플라이트스코프는 쇼골프가 미국에서 들여와 자사 연습장에 설치하고 따로 판매도 하고 있다. 론칭 한 달도 안 됐는데 개인은 물론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 골프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 등에서 꾸준한 문의와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쇼골프 관계자는 “해외 골프 여행을 준비하는 골퍼들이 특히 많이 찾는다. 현지 연습장에서 타석 뒤에 세워놓고 샷 연습을 하거나 라운드하면서 뒤 조가 따라붙지 않을 때 이용한다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간단한 스윙 데이터만 제공하는 기본 모델보다 심화한 데이터를 다양하게 보여주는 전문 모델이 두 배 이상의 가격에도 더 인기다.
‘헤드 스피드’ ‘볼 스피드’는 물론이고 ‘스매시 팩터’ ‘페이스 앵글’ ‘다이내믹 로프트’에 이르기까지 요즘 골퍼들은 샷 데이터 관련 용어·숫자와 친하다. 야구로 치면 과거에는 생소했던 개념인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 wRC+(조정 득점 생산력) 등이 요즘 팬들 사이에 자주 언급되듯 골프도 그렇게 가고 있는 것이다. 골퍼들은 론치 모니터가 분석한 자신의 스윙 데이터들을 평소 휴대폰으로 반복 확인하면서 ‘심화 학습’한다. 골프존의 연습 전용 시뮬레이터 GDR플러스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인공지능(AI) 스윙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골프용품 업체와 골프장 또한 ‘데이터 골프’ 대세에 발맞추고 있다. 타이틀리스트의 RCT(Rader Capture Technology) 골프볼은 출시와 동시에 제품이 소진돼 추가 입고를 준비 중이다. 론치 모니터에 추정값이 아닌 정확한 스핀 데이터를 제공하는 ‘측정 전용’ 골프볼이다. 강원권의 한 골프장은 론치 모니터가 설치된 연습장과 실제 코스의 3~4개 홀을 함께 이용하는 패키지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데이터 기반의 연습 효과를 곧바로 필드에서 확인하고 싶어 하는 니즈를 공략하려는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