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경제 성장률이 1.6%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매 연말 정부가 발표한 이듬해 성장률 전망치 중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1960년대 기획재정부 전신인 경제기획원이 다음 해 경제 전망 발표를 시작했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정부가 한국전쟁 이후 가장 어두운 경제 전망을 내놓은 셈이죠. 통상 정부는 정책 기대 효과를 반영해 타 기관보다 높은 전망치를 발표하는데, 이번에는 한국은행(1.7%)·한국개발연구원(KDI·1.8%) 등 주요 기관보다도 낮은 전망치를 발표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에 대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세계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고 있는 만큼 지금까지 나타난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솔직하고 객관적인 전망치를 국민들께 말씀드리고자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내 여건도 좋지 않습니다. 국가채무가 1000조 원 넘게 불어난 탓에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여력도 부족합니다. 야당 반발에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폭도 3%P에서 1%P로 줄어드는 등 정부의 정책 집행 동력도 약해졌습니다.
경제 성장은 1%대에 그치는데 소비자물가는 올해보다 3.5% 오른다는 전망도 내놨습니다. 사실상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피할 수 없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수출과 투자 전망은 더 어둡습니다. 정부는 내년 수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4.5% 줄어들 것으로 봤습니다. 내년 메모리반도체 매출이 올해보다 17.0%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이 나오는 등 한국의 주력 품목 경기가 좋지 않은 탓입니다. 이 여파로 기업의 투자심리도 얼어붙어 내년 설비투자는 올해보다 2.8% 감소한다고 내다봤습니다.
정부가 내년 경제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위기 극복’을 내세운 이유입니다. 정부는 △거시 경제 안정 관리 △민생 경제 회복 지원 △민간 중심 활력 제고 △미래 대비 체질 개선을 정책의 기본 방향으로 설정했습니다. 먼저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부진 및 교역 위축, 전쟁 같은 지정학적 위험 등 피할 수 없는 대외 악재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거시 경제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미입니다. 동시에 한정된 재원으로는 서민·취약 계층 지원에 집중하고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기업 등 민간 파트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아울러 정부는 내년을 노동·교육·연금 개혁의 원년으로 삼아 ‘경제 재도약’을 준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경제 체질을 중장기적으로 환골탈태하기 위한 구조 개혁에 나설 것임을 재차 강조한 셈이죠. 지난 21일 ‘신성장 4.0 전략’을 발표한 것 역시 같은 이유입니다. 반도체 등 전통적인 주력 품목 경기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위해 산업별로 맞춤형 전략을 마련해 위기 극복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죠. 정부는 “이외에도 금융·서비스·공공 분야 혁신, 인구 및 기후변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대응 여력을 확충해 경제 체질을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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