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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통합' 외쳤지만…野 "묻지마 대방출" 맹공, 보수진영도 술렁

■尹 특별사면…정치인 대거 포함

원세훈·민병환 등 MB계 이어

조윤선·최경환·문고리3인방 등

朴정부 주요 인사도 대거 복권

정치 재개 땐 전대·공천 '변수'

이재명 수사 중 친문 김경수 사면

'진보 진영에 분열 씨앗' 분석도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포함한 1373명에 대한 특별사면 안건을 의결했다. 연합뉴스




사면권은 헌법 제79조에 명시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법원이 판결한 유죄에 대해 형 집행 면제와 형 선고 실효, 복권, 감형 등을 단행할 수 있기 때문에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인식되고 권한 행사조차 절제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8월 13일 광복절 특사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경제인을 대거 사면했지만 국민 여론을 의식해 정치인 사면을 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27일 직접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정치인에 대한 특별사면 안건을 의결했다.

윤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는 통상 신년 특별사면과 정치인이 포함된 사면은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는 관례를 깬 것이다. 나아가 이번 사면으로 윤 대통령은 광우병 파동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취임 첫 해 두 번의 사면권을 행사한 대통령이 됐다. 윤 대통령이 행사한 사면권이 고도의 정치적 함의가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되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이번 사면 대상에 여야 정치인들을 대거 포함시키며 “국력을 하나로 모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국민 통합의 메시지를 내세웠다.

정치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사면된 정치인들을 주목하고 있다. 2020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을 확정받은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은 예견됐었다. 눈여겨볼 대목은 윤 대통령의 사면을 받은 보수 정부 인사에 이명박 정부는 물론 박근혜 정부 주요 인사까지 포함된 점이다. 윤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의 고위 공직자 중에서는 국가정보원 댓글 공작 사건을 주도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잔형 감형), 민병환 전 국정원 2차장(잔형 면제 및 복권), 유성옥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복권) 등을 사면했다. 동시에 박근혜 정부의 실세였던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복권시켰다. 박근혜 정부에서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며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에 관여한 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도 복권됐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 실세였던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잔형 면제 및 복권 대상에 올랐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정 농단 사건에서 가장 책임이 컸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된 점을 크게 고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 인사는 물론 박근혜 정부의 실세들까지 대규모 사면하는 방식으로 보수 진영에 통합을 주문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내년을 3대 개혁(노동·연금·교육)의 원년으로 강조하고 있다. 개혁 동력을 얻기 위해 보수 진영을 향해 결집의 메시지를 냈다는 것이다.

반대로 본인이 직접 사면을 거부하고 보수 진영에서도 반대한 김 전 지사를 복권 없이 사면한 점도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정치권은 윤 대통령이 여야 정치인에 대한 형평성을 위해 김 전 지사와 전병헌 전 민주당 의원, 신계륜 전 의원, 강운태 전 광주광역시장 등을 사면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 수사로 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단행된 김 전 지사의 사면을 단순히 국민 통합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게 야권의 입장이다. 윤 대통령이 보수 진영에는 결집, 진보 진영에는 분열의 씨앗을 심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사면이 발표되자 맹렬한 비판을 쏟아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명박 부패 세력과 박근혜 적폐 세력을 풀어준 묻지 마 대방출 사면”이라며 “국민 통합을 저해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사면”이라고 일갈했다.

보수 진영 일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보직과 국회는 소위 MB맨들이 실세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주요 인사들이 대부분 사면되면서 내년 초 전당대회부터 보수 진영이 요동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들이 정치 활동을 재개할 경우 2024년 총선 공천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지역 기반이 있는 주요 정치인들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하느냐에 따라 보수 진영이 분열로 갈지, 통합으로 갈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사면=형 집행 면제와 형 선고 실효, 복권, 감형 등 4가지 조치가 있다. 수감 중인 사람은 형 집행 면제로 잔형을 면제받거나 잔여 형기의 최대 2분의 1까지 감형받는다. 형 선고 실효는 전과를 아예 없애주고 복권은 피선거권을 회복해 공직에 출마할 수 있게 하는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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