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며 증시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코스닥 신규 상장은 2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형 기업과 달리 중소 알짜 기업들은 회사채나 기업 어음, 대출 등 자금 조달 수단이 많지 않아 몸값을 낮춰서라도 증시에 상장을 많이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 신규 상장기업 수는 129개사로 이른바 ‘IT 버블기’로 불렸던 2002년(153개사) 이후 가장 많았다. 올해 코스피 신규 상장이 LG에너지솔루션 등 4개(리츠 제외)에 그친 것과도 비교된다. 다만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를 제외하면 84개사로 지난해(91개) 대비 7개 감소했다.
기술특례 제도를 통한 신규 상장도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올 한 해 기술특례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기업들은 총 28개사로 지난해(31개사)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사전 단계인 전문 기관 기술평가를 신청한 기업은 80개사로 기술평가를 도입한 2005년 이후 가장 많았다.
올해 코스닥 신규 상장기업 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신규 상장을 통해 조달한 공모 금액은 지난해 대비 약 5800억 원 줄어든 3조 원에 그쳤다. 증시가 어려운 상황인 점이 배경이다. 공모 규모가 가장 큰 기업은 ‘더블유씨피(393890)’로 총 4230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성일하이텍(365340)도 1355억 원을 조달했다. 거래소는 “당초 예상보다 공모 금액이 줄었다지만 최근 3년 평균인 2조 9000억 원에는 부합했다”고 말했다.
해외 주요 시장의 신규 상장기업 수와 공모 금액이 크게 감소한 반면 코스닥 시장은 선방했다는 평을 받는다. 올해 11월까지 코스닥 신규 상장기업 수와 공모 금액은 각각 전년 대비 12%, 24%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뉴욕거래소(NYSE)는 전년 대비 각각 92%, 96% 급감했다.
한편 올해 코스닥 시장에서 스팩은 전년 대비 88% 증가한 45사가 상장했는데 2009년 스팩 도입 이래 최대 실적이다. 연준의 금리 인상 등이 이어지며 기업공개(IPO) 시장이 침체되자 공모 절차가 수반되지 않는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2월 ‘스팩 소멸 합병’ 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합병 이후 합병 대상 기업(비상장기업)의 법인격 유지가 가능해져 스팩 합병 상장에 대한 기업 선호도가 증가한 것도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업종별로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32개사가 상장하면서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소프트웨어 업종은 15개사가 상장하며 단독 업종으로는 2년 연속 가장 많이 상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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