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030200) 대표가 사실상 연임을 확정했다. 단독 후보로 선정 됐음에도 경선을 ‘역제안’했지만 이사회가 구 대표를 최종 후보로 낙점했다. 구 대표는 취임 초기부터 추진한 디지코 전환이 실적과 주가 상승으로 돌아오며 3년 더 KT를 이끌 가능성이 커졌다. 구 대표는 ‘2기’에도 디지코 전환을 가속화해 KT의 본질적 체질을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다만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사실상 연임 반대 의견을 밝혀, 주총 표대결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28일 KT는 이사회가 구 대표를 차기 주주총회에 추천할 최종 대표 후보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KT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지난 13일 구 대표의 연임 적격 판정을 내렸지만 구 대표는 “복수 후보를 제안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KT는 27명의 후보자에 대한 총 7회 심사를 진행해 이날 구 대표를 최종 후보자로 확정했다.
KT는 구 대표 선정 배경에 대해 “기업가치를 높인 점, 디지코 전환으로 통신사업의 한계를 뛰어넘은 점 등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연임 리스크로 부각됐던 국회의원 뇌물 공여 혐의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KT 대표 결격사유는 ‘금고 이상의 형’이어서 대표직 수행에 문제가 없다고 본 것이다.
구 대표의 연임 배경은 뛰어난 경영 성과다. 올 3분기 KT는 매출 6조4772억 원, 영업이익 4529억 원을 기록했다. 구 대표 취임 직전인 2019년 4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4.5%, 영업이익은 205% 뛰었다. 연이은 호실적에 구 대표 취임 당일 1만9700원에 불과했던 KT 주가는 이날 3만3850원으로 마감했다. 특히 기존 통신업에 머물지 않고 인공지능(AI)·클라우드·로봇·기업간거래(B2B)·콘텐츠 등 체질 개선에 집중하며 이룬 성과라는 점이 호평 받는다.
업계는 구 대표가 향후 3년간 KT를 이끌며 체질개선을 내재화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역제안이라는 ‘승부수’로 KT 내 장악력을 높이는 데 성공한 만큼 디지코 전환 속도도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구 대표 또한 이사회 면접 과정에서 경영 성과를 강조하며 구체적인 디지코 성장전략과 사업구조 혁신 방안 등을 제시했다고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3년간 준비한 신사업이 본격적인 성과로 돌아올 때가 됐다”며 “구 대표가 향후 3년 간 디지코 결실을 거둬들이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구 대표 연임에 부정적인 것은 걸림돌이다. 국민연금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KT 경선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했다”며 “의결권행사 등에서 이러한 사항을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일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소유구조 분산 기업에 대한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고, 전날에는 서원주 신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CIO)이 "KT 등 소유 분산 기업들이 투명한 기준에 따라 CEO를 선임해야 셀프연임 우려가 해소된다"고 언급하며 구 대표를 압박 중이다. 이에 구 대표는 지난 20일 서울경제와 만나 “주요주주가 대표 선임 과정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기에 역제안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민연금이 연임에 반대해 표 대결을 벌이더라도 구 대표의 승산은 높다. 현재 KT 지분구조는 국민연금 10.74%, 현대차 ·현대모비스 7.79% 신한은행 5.58%, 외국인 43.1% 등이다. 현대차와 신한은행은 구 대표 재임 기간 주식교환으로 KT 지분을 취득해 우호지분으로 분류된다. 실적이 좋고 배당이 늘어 외국인도 구 대표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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