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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상장 접은 대어 속출…공모가도 줄하락

◆2022 IPO 시장 결산

현대엔지·원스토어 등 20곳 중단

12.7조 조달 LG엔솔 빼곤 침체

IPO 밀어붙인 기업은 공모가 할인

2조 넘본 바이오노트는 '반토막'

1월 2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 로비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 유가증권시장 신규 상장 기념식에서 손병두(왼쪽 다섯 번째부터)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권영수 LG엔솔 부회장 등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거래소




기업공개(IPO) 시장의 극심한 침체로 올해 상장을 철회한 기업들이 리먼브러더스 파산이 촉발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단군 이래 최대 IPO로 꼽힌 LG에너지솔루션(373220) 상장이 1월 대성공을 거뒀지만 이후 열한 달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급등, 경기 침체 공포로 상장 추진 기업이나 이를 도운 주관 증권사 모두 긴장의 연속이었다. 금융투자 업계는 올해 상장을 철회하거나 미룬 대어들이 내년에 돌아와 시장 회복을 이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상장 철회 신고서 낸 곳만 12개리먼 사태 이후 최다=IPO에 나섰다 구체적 공모 계획을 밝힌 후 상장을 철회한다고 신고서를 낸 기업은 총 12곳(스팩 제외)에 달한다. 이는 리먼 사태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14곳)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1월 IPO를 철회한다고 밝힌 것을 신호탄으로 5월에는 SK쉴더스·원스토어·태림페이퍼가 일제히 상장 중단을 선언했다. 하반기에는 라이온하트스튜디오·골프존커머스·밀리의서재 등이 공모를 멈췄다. 현대오일뱅크·CJ올리브영 등 직접 증권 신고서를 철회하는 상황까지 가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상장을 미룬 회사들까지 포함하면 올해 20곳 이상 상장이 물거품됐다. 상장 중단을 선언했던 보로노이(310210)대명에너지(389260)는 IPO에 재도전해 성공했으나 대부분은 아직 구체적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어 시장은 내년 대어들의 컴백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올해 상장의 꿈을 접은 기업이 유독 많았던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공격적 금리 인상으로 시중금리도 급등했기 때문이다. 1월 0~0.25%에 불과했던 미국 연방 금리가 현재 4.25~4.50%로 급등해 IPO 시장 환경이 급변한 것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미래 수익에 대한 현재 가치가 쪼그라들어 회사의 몸값 산정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결국 IPO를 강행한 회사들은 기업가치를 대폭 낮춰야 했다. 조(兆) 단위 대어로 꼽히던 쏘카(403550)더블유씨피(393890)는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100 대 1에 못 미치는 경쟁률로 희망가 하단보다 각각 18%, 25% 할인해 공모가를 확정했다. 2조 원의 몸값을 기대했던 바이오노트(377740)는 3.3 대 1에 불과한 수요예측 경쟁률로 공모가를 50% 이상 할인했다. IPO를 완료한 기업 중 희망가 밴드에 미달해 공모가를 확정한 곳은 30.1%(22곳)로 지난해(6%)보다 크게 늘었다.

◇LG엔솔, 사상 최대 IPO 성공소부장 기업도 ‘날개’=시장 침체에도 기업들이 상장을 통해 조달한 총 공모액은 16조 1010억 원으로 지난해(20조 4394억 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를 기록했다. 사상 최대 IPO로 꼽힌 LG엔솔이 홀로 12조 7500억 원의 자금을 끌어모으며 코스피에 입성했기 때문이다. 1월 LG엔솔의 공모주 청약에는 111조 원의 증거금이 모일 만큼 광풍이 불었지만 공모주 인기는 곧장 차갑게 식었다. LG엔솔을 뺀 공모 규모가 3조 3510억 원에 그쳐 지난해의 16.4% 불과한 것이 이를 상징한다.

증시 입성에 성공한 기업은 총 73곳으로 전년(94곳)보다 22% 감소했는데 코스피 상장사는 LG엔솔·쏘카·수산인더스트리(126720)·바이오노트 등 4곳이고 KB스타리츠(432320) 등 부동산투자회사(REITs·리츠)까지 포함하면 7곳이다. 코스닥 상장사는 더블유씨피 등 66개 사다.

다만 실적이 뒷받침되면서 성장성도 갖춘 강소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은 관심을 모았다. 2차전지 재활용 업체인 성일하이텍(365340)이 수요예측에서 국내 IPO 사상 최고 경쟁률인 2269.7 대 1을 기록했고 세아메카닉스(396300)·가온칩스(399720)·에스비비테크(389500) 등도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에서 1000 대 1을 훌쩍 넘긴 경쟁률로 흥행에 성공했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 컬리·케이뱅크·LG CNS·11번가·서울보증보험 등 대형주들이 IPO 시장에 등판할 예정이지만 고금리에 따른 유동성 부족시 유망 중소형주에 관심이 더 집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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