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견 화물운송주선 A 사는 올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 토막’이 났다. 코로나19 기간 운임이 오르고 물류 수요가 늘어 매출과 영업익이 크게 올랐는데도 지난달부터 적자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A 사 관계자는 “장기우대운송계약(S/C)이 올 연말로 종료되고 내년 재계약시 약정 운임이 더 하락될 것으로 예상돼 실적이 더 나빠질 것”이라며 걱정을 토로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해운·항공 등 물류 운임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해운 물류 기업들의 실적에 비상이 걸렸다. 해운 물류 대표 운임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날 1107포인트로 최근 1년 사이 80% 폭락했다. 회사들마다 운송계약 구조가 다르지만 통상 해운사들의 손익분기점은 SCFI 1000포인트 부근으로 알려져 있다. 2019년 SCFI가 800포인트까지 떨어졌을 때 국내 1위 해운선사인 HMM(011200)은 3000억 원 가까운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선사들의 컨테이너 운임도 하락 추세다. HMM의 평균 운임도 올 1분기 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3713달러(약 399만 원)에서 3분기 2869달러(약 361만 원)로 떨어지며 2개 분기 연속 하락 추세에 놓여 있다. 철광석·석탄·곡물 등을 실어나르는 벌크선 운임도 마찬가지다. 벌크 시황을 보여주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이달 1500~1600선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국내 벌크선사들의 손익분기점도 1500선으로 평가된다. 홍콩과 북미 간 발틱항공화물운임지수(BAI)도 지난달 1㎏당 6.49달러로 지난해 12월 대비 49% 빠지며 항공 운임이 폭등하기 전인 코로나19 전 운임인 4~5달러 수준으로 회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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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벌크·항공화물 할 것 없이 운임이 빠르게 하락하는 것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 때문이다. 올해 10월까지 국내 주요 항만에서 처리된 컨테이너는 전년 동기 대비 4.5% 줄어든 2398만 4030TEU를 기록했다. 코로나19 기간 고부가가치 제품의 항공화물로 높은 수익을 낸 반도체·정보기술(IT) 기기 수요 하락에 따라 대한항공(003490)의 3분기 화물 수송량도 15% 떨어지기도 했다.
각 운임 하락세가 빨라지면서 각 물류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시간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가 평가하는 HMM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개월 전만 해도 1조 3773억 원이었는데 이달에는 5670억 원으로 눈높이가 대폭 낮아졌다. 벌크 시황 악화로 팬오션(028670)의 올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179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가량 하락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각 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수익성 증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HMM 관계자는 “물동량 감소가 예상되지만 향후 단기 화물 신규 개발, 냉동·특수·내륙 화물 등 고채산 화물 증대를 통해 영업력을 강화하고 화물비를 줄이면서 수익 증대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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