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사면·복권으로 4년 9개월 만에 ‘자유의 몸’이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30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현 정부의 핵심 철학인 ‘정의’ ‘자유민주주의’를 언급하며 정권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윤 대통령과 통화에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한 이 전 대통령은 강남구 논현동 자택으로 들어가기 전 취재진과 만나 “대한민국의 번영을 위해 기도함으로써 역할을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흰색 셔츠에 검정색 코트를 착용한 이 전 대통령은 자택 앞에서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는 등 건강 상태가 비교적 양호했다. 자택 앞에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 이재오 전 의원, 권성동·윤한홍·박정하 국민의힘 의원 등 친이계 인사들이 대거 마중을 나왔다.
이 전 대통령은 “새해 세계적인 위기를 대한민국이 가장 먼저 극복하기 위해서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한민국이 정의롭고 공의로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다시 경기(경제) 번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현 정부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에둘러 당부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이 내세운 핵심 가치가 자유·정의였고 현 정부의 주요 정책 구상 중 하나가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한 경제 활성화이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은 “코로나로 3년간 국민 여러분들, 기업 하시는 분들 모두 다 어려움을 겪었다. 크게 위로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뇌물 수수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귀가 뒤 윤 대통령과 2분간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국가·국민을 위해 역할을 해주시라”고 말했고 이 전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도록 열심히 기도하겠다”고 화답했다.
친이계가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계기로 재결집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이 고령인 데다 정치적 자산도 고갈돼 영향은 제한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권 의원은 “친이는 이미 사라진 개념”이라며 “과거 인연이 있었던 분들이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개념으로 보면 된다.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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