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역대 최대 폭인 ㎾h당 13원 10전 인상하기로 했지만 한전은 여전히 전기를 팔수록 적자가 누적되는 구조다. 일단 정부는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전기료를 인상한다는 큰 그림을 밝혔지만 2024년에는 총선이 있다. 내년 1분기에 연간 필요 인상분(㎾h당 51원 60전)의 25%만 전기료를 올리는 만큼 2분기 이후 인상 폭에 과부하가 걸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하반기로 갈수록 선거 정국으로 급속히 빨려 들어가 정부도 전기료 인상에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 내년 2분기에 또다시 역대 최고 폭의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30일 “2분기 이후에는 국제 에너지 가격, 물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상 여부와 수준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매우 조심스럽게 표현했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그나마 큰 폭의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하기에 내년 2분기가 제일 낫다고 보고 있다. 전력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상 한도가 ㎾h당 5원인 연료비조정요금 외 전력량요금도 조정할 것”이라며 “결국 2분기도 전기요금이 지금 수준 이상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다른 관계자도 “전력 수요가 많은 겨울철이 끝나는 만큼 추가 인상 여력이 생기는 데다 다음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2024년 4월이라 내년 하반기 요금 인상이 쉽지 않은 점도 고려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정부가 산출한 내년 전기요금 인상 적정액(㎾h당 51원 60전)을 분기별로 균등 분산해 반영하면 내년 한전의 연간 적자는 1조 3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30조 원이 넘는 올해 예상 적자보다는 크게 줄지만 여전히 대규모 적자를 피하지 못한다. 에너지 업계는 선거가 있는 내후년까지 전기요금 인상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기요금 인상의 걸림돌은 역시 물가와 경기 침체에 따른 산업계의 반발 등이다. 이번 전기요금 조정을 앞두고 산업부와 한전은 연료비조정요금 조정 상한을 ㎾h당 5원에서 10~15원으로 늘리려 시도했지만 기획재정부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결국 매를 먼저 맞냐 나중에 맞냐의 문제일 뿐”이라며 “전기요금은 2분기에도 최소 지금 수준만큼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