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 10곳 중 7곳 이상이 신규 고용 규모를 전년 수준으로 동결하거나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의 61%는 설비투자를 전년 수준으로 묶거나 줄일 것이라고 답했고 절반은 올해 영업이익 증가율이 지난해 수준과 같거나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고환율·고금리·고물가 등 ‘3고(高) 사태’에 따른 글로벌 복합 위기로 어려움을 겪은 기업들이 올해 경영 여건도 낙관할 수 없게 되자 비용 절감 등 비상경영에 대거 돌입하면서 고용과 투자 시장에도 매서운 한파가 불어닥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경제가 1일 국내 주요 기업 86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도 경영계획 설문’에서 63%는 올해 신규 고용 규모가 전년 대비 0%(전년과 동일한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답했다. 10% 이상 줄이겠다는 기업이 6.2%, 1~9% 축소할 것이라는 기업도 4.9%였다. 신규 고용을 10% 이상 늘리겠다는 기업은 2.5%에 그쳤다.
응답 기업의 48.1%는 올해 설비투자를 전년 수준에서 동결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10% 이상 축소할 것이라는 기업은 7.4%, 1~9% 줄일 것이라는 기업은 4.9%였다. 반면 투자를 10% 이상 확대하겠다는 기업은 8.9%에 머물렀다. 계묘년 새해에도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소비 위축이 실물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다시 기업들의 신규 고용 및 투자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의 절반가량은 올해 수익성이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21.3%가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1~9% 줄어들 것이라고 했고 8.8%는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18.8%는 전년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올해 기업 경영에 가장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는 52.4%가 ‘금리 인상 및 환율 불안’을 꼽았고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 붕괴(17.9%), 소비심리 악화(17.9%), 자국중심주의 확산과 세계정세 급변(10.7%) 등이 뒤를 이었다.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장 시급한 과제로는 39.3%가 ‘연구개발(R&D) 등 투자 강화’를, 31%가 ‘규제 개혁’을 각각 꼽았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올해 1%대 저성장을 공식화한 상황에서 기업들의 고용과 투자까지 줄면 한국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확대처럼 기업의 투자를 유인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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