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운동화 시장규모가 4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엔데믹 전환 후 처음 맞는 봄나들이에 야외활동 인구가 늘고, 고물가에 의류보다는 신발을 구매하며 '작은 사치'를 누리려는 트렌드가 확산될 것이라는 게 패션업계의 관측이다. 이에 관련 업체들은 러닝화와 워킹화 등으로 운동화 카테고리를 세분화하고 봄 신상품 출시일을 앞당기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1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운동화 시장 규모는 3조 7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 성장했다. 업계는 국내 운동화 시장 규모가 2019년 3조 원을 돌파한 지 약 4년 만인 올해 4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매년 3~4월은 운동화 전체 연매출의 30%를 올리는 시기로 스니커즈 시장 성수기로 불린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가 4월 말부터 시행된 탓에 엔데믹 전환 수요가 매출에 온전히 반영되지 못했다. 올해는 엔데믹 효과가 온전히 반영돼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더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벚꽃축제 등 각종 행사와 야유회가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여 지난해보다 큰 폭의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성인 운동화 시장은 구두보다 작았다. 당시 '운동화는 학생화'라는 인식에 30대 이상 소비자들의 구매가 기능성 운동화에 국한돼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2010년대부터 대기업에서 복장 자율제 시행 등의 효과로 매출이 급증하기 시작했고, 2021년 기준 전체 신발 시장규모인 6조 7000억 원에서 운동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51%로 절반을 넘겼다. 반면 같은 기간 구두 비중은 30% 아래로 떨어졌다.
패션 업체에서도 운동화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미 뉴발란스와 휠라에선 운동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돌파했다. 겨울 아우터 단가가 30만 원 대임에도 불구하고 5만~10만 원 대 운동화 판매량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이에 힘입어 이랜드가 전개하는 뉴발란스는 지난해 7000억 원에 육박하는 연매출을 기록했다. 나이키코리아 역시 지난해에 신발 단일 품목으로만 1조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고가의 명품대신 한정판 스니커즈를 모으며 가심비(가격대비 심리적 만족)를 좇는 트렌드도 전체 운동화 시장 성장을 부추겼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는 더이상 운동화를 매장에 진열하지 않고, 온라인 추첨을 통해 일부 소비자에게만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 물량이 한정된 탓에 인기 신상품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기존 대비 2~3배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 일쑤다. 실제로 일명 '범고래'로 불리는 나이키 덩크 로우 레트로 블랙은 출시 1년이 지난 현재도 기존 발매가(12만 9000원)보다 높은 15만원 대에 팔리고 있다.
명품도 운동화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디올이 지난해 말 국내 최초 슈즈 매장을 갤러리아명품관에 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갤러리아는 디올에 이어 루이비통과 샤넬 슈즈를 순차적으로 입점시킬 예정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6년 1조5500억 원이었던 국내 명품신발 시장규모는 2020년 1조 7500억 원으로 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신발 시장규모가 4%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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