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 제조 대기업은 이달 중 2022년 성과급을 확정하는 방안을 두고 고민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이 개선된 만큼 성과급 확대 필요성이 커졌지만 올해는 실적 감소 가능성이 높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A 기업의 한 관계자는 “인건비 등 비용을 절감해 재무 건전성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당장에는 직원들의 불만이 나올 수 있지만 회사 경영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고 귀띔했다.
기업 현장에서는 지난해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에 따른 글로벌 복합 위기가 덮친 데 이어 올해는 원자재 공급망 붕괴와 소비심리 악화까지 겹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높은 원자재 가격과 유가 변동성에 제조원가 부담이 커지고 주요국 소비가 둔화하면서 기업 체감경기가 빠르게 식고 있는 것이다. 이에 신사업보다는 재무구조 개선이 더욱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대기업들은 이미 비상 경영에 돌입했거나 전환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투자·고용 위축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서울경제가 실시한 신년 경영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2.4%가 올해 기업 경영에 가장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금리 인상 및 환율 불안’을 꼽았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기준금리를 일곱 차례 인상하면서 한국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1월 연 1.25%에서 현재 3.25%로 뛰었다. 이 밖에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 붕괴(17.9%) △소비심리 악화(17.9%) △자국 중심주의 확산 및 우크라이나 전쟁 등 세계정세 급변(10.7%) 등도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는 주된 요인으로 지목됐다.
국내 기업들은 긴축 경영으로 돌아설 거시 환경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올해 가장 우선순위로 두는 경영 활동으로는 전체 기업의 45.2%가 ‘비용 절감 등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답했다. 주요 그룹들은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재무에 밝은 임원을 최고경영자(CEO)로 발탁하기도 했다. 비상 경영 기조 확산으로 △신제품·신기술 개발(22.6%) △신사업 진출(19%) 등 실적 확대에 필요한 활동은 후순위로 밀렸다. 투자 확대 등 외형 증가를 최우선 활동으로 꼽은 기업은 6%에 불과했다.
실제로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본 기업들이 상당했다. 전년도와 동일한 수준이라고 응답한 비중이 23.5%였으며 1~9% 축소될 것이라고 답한 업체가 9.9%를 차지했다. 10% 이상 축소될 것이라고 한 기업 비중은 2.5%였다. 영업이익 전망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전년도에 비해 1~9% 줄어들 것이라고 응답한 비중이 21.3%를 차지했으며 10% 이상 축소를 전망한 비율도 8.8%를 기록했다. 전년도와 동일한 수준으로 내다본 기업 비중은 18.8%였다.
이 같은 전망에 기업들은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의 48.1%가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전년도와 동일한 수준으로 잡았다. 10% 이상 축소하겠다는 기업과 1~9% 줄이겠다는 기업은 각각 7.4%, 4.9%를 차지했다.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기업들은 채용 확대에도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년도와 동일한 수준으로 신규 고용을 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들이 63%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채용을 줄일 것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11.1%, 확대할 것이라고 답한 비중은 26%를 나타냈다. 다른 조사에서도 기업의 올해 체감경기는 빠르게 냉랭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254개 제조 업체를 대상으로 올 1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4분기보다 7포인트 하락한 74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이 컸던 지난해 1분기(75)와 유사한 수준이다. BSI가 100 이상이면 이번 분기보다 다음 분기에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일단 현금을 확보한다는 경영 전략에 힘이 실리고 있다”면서 “적어도 올 하반기는 돼야 사업을 확장하는 방안을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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