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을 맞아 토끼 관련 유물을 감상하고 토끼가 상징하는 지혜·건강·풍요의 기운을 받아볼까.
종로구 경복궁 내 국립민속박물관은 토끼띠 해를 맞아 기획전시실2에서 ‘새해, 토끼 왔네!’ 특별전을 3월6일까지 개최한다. 옛사람들이 토끼를 어떤 방식으로 이해했는지 들여다보고 지금 우리에게 토끼는 어떤 의미로 존재하는지 70여 점 전시자료로 알아보는 자리다. 꽃과 동물을 함께 그린 조선 시대 회화 ‘화조영모도’에는 흰 토끼가 자주 등장한다. 조선 후기 실학자 홍만선(1743~1715)이 쓴 ‘산림경제’에 “토끼는 1000년을 사는데 500년이 되면 털이 희게 변한다고 한다”고 적은 대목이 실마리다. 흰 토끼를 최소 500년 이상 산 장수의 존재로 여긴 것이다. 판소리 ‘수궁가’의 한 장면을 묘사한 ‘토끼와 자라 목각인형’, 금실 좋은 부부를 상징하는 두 마리 토끼가 정답게 그려진 조선시대 민화 ‘쌍토도’를 만날 수 있다.
효제충신예의염치의 유교 덕목 여덟 자를 그림으로 표현한 ‘문자도’ 중 마지막 치(恥)자에는 항상 달 속에서 방아찧는 토끼가 등장한다. 충절의 상징인 “백이와 숙제가 죽은 뒤 해마다 매화가 피고 달이 밝게 빛났다”는 고사 때문에 ‘치’ 자에는 토끼·달·매화나무가 함께 담긴다. 오늘날의 토끼는 아이돌의 앨범 재킷부터 웹툰, 캐릭터까지 친숙한 존재로 파고들었다.
경복궁 서편의 국립고궁박물관은 ‘토끼와 까마귀가 새겨진 은주전자’를 이 달의 큐레이터 추천 왕실 유물로 정하고 1층 상설전시장 ‘대한제국’ 전시실에서 공개했다. 토끼는 예로부터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 불사약을 만드는 존재로 여겨져 장수를 상징했다. 궁중 행사 때 사용되던 은 주전자의 몸체 앞, 뒤, 중앙에는 각각 세발까마귀와 방아 찧는 토끼가 새겨져 있다. 연꽃봉오리 모양의 뚜껑에는 복을 기원하는 박쥐문양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 곳곳에서는 토끼 관련 전시품 10점을 숨은그림찾기 하듯 만날 수 있다.3층 청자실의 국보 ‘청자투각 칠보무늬 향로’에는 받침 역할을 하는 토끼 3마리가 눈길을 끈다. 작고 검은 눈동자의 앙증맞은 토끼들이 연꽃 모양의 향로를 떠받드는 모양이 인상적이다. 회화 외에도 청동거울, 십이지신 토끼상, 백자 청화 토끼모양 연적 등이 전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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