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계묘년(癸卯年)’ 화두로 ‘리스크 관리’를 제시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 등 복합 변수가 지난해에 이어 새해에도 국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야기할 것으로 보고 이에 대응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면서도 웅크리고만 있기보다는 위기 속 ‘기회’를 적극적으로 살리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전 세계 자산 가격이 조정되는 과정에서 더 큰 성장의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며 글로벌 톱티어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최 회장은 “고객 중심 사고와 공감이 중요하다”면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항상 고객을 우선시하고, 올바른 투자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도 “우리가 고객에게 ‘필요한 사람’인가를 진지하게 자문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고객이 원하는 것을 잘 아는지, 그것을 잘 제공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본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본질적인 일”이라면서 “우리는 자본시장의 플랫폼 플레이어로 고객에게 필요한 투자 플랫폼을 제공해야 한다”고 짚었다.
새해 경영의 방점을 ‘리스크 관리’에 찍은 CEO들도 많았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선제적인 위기 관리를 위한 리스크 관리 문화 정착을 당부했다. 정 사장은 “우리 업의 본질은 리스크를 필연적으로 동반하고 리스크에 대한 대가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실질적으로,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만 우리는 지속 가능한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성묵 신임 하나증권 대표이사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와 경영 내실화를 통해 각 부문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수익 구조 다변화, 디지털 플랫폼 구축, 동남아시아 기반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 등 5개 부문을 중점 추진하겠다고 했다.
내실 경영을 다져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도 곳곳에서 나타났다. 박정림·김성현 KB증권 사장은 “경영 전략 방향은 리스크 관리 하에 안정적인 수익 강화와 투자 플랫폼 중심 사업 역량 확대”라며 “자산관리(WM), 세일즈앤드트레이딩(S&T), 기업금융(IB) 중심으로 수익 기반을 강화하면서 IB 부문에서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리스크 요인 증가에 적극적인 대응을 강화해달라”고 주문했다.
불황에서도 외형 성장을 강력 추진하겠다는 CEO도 눈에 띄었다.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는 “불황을 넘어 희망을 사는 한 해를 만들자”며 “지난해 주력했던 상장지수펀드(ETF)와 타깃데이트펀드(TDF) 시장에서 상위사와 격차를 더 줄이고 글로벌 운용사와의 전략적 제휴로 투자 수요에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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