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線)이 모여 형(形)을 이룬다.
부드럽게 휘어진 목과 용수철처럼 탄력 있는 몸통이 단 하나의 선으로 이뤄졌다. 한쪽 다리를 우아하게 구부린 플라밍고 다섯 마리가 너른 전시장 1층에서 유유자적 노닌다. 강남구 신사동 예화랑에서 한창인 조각가 이상수의 개인전 ‘공중에 그린 드로잉(Drawing in the air)’에 선보인 3차원 선 드로잉 연작들이다.
단순한 선으로 이뤄진 형태는 그 옆에 선 사슴도 마찬가지다. 유려한 선이 사슴의 뿔부터 얼굴, 몸통을 거쳐 뒷다리까지 단숨에 그려낸 듯하다.
이상수 작가는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중 선을 최소화해 동물을 드로잉한 작품이 있다. 그 작품들에서 최초의 영감을 받았다”면서 “그것을 캔버스가 아닌 3차원의 공간에 재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대신 그의 선은 단순한 선이 아니다. 네 면에 서로 다른 색이 입혀진 사각 막대 같은 선을 공간에서 구현하면 “(선의) 흐름과 꼬임에 따라 다채로운 형태와 색상으로 보여지고, 멈춰있는 작품에서도 역동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그가 “선을 선(line)이 아닌 덩어리(mass)로 인식하고 작업”하며, “화가가 꿈이던 조각가가 공중에 그리는 드로잉이고 페인팅”이기 때문이다.
앞다리를 지그시 누르고 엉덩이를 높이 들어 올려 몸을 쭉 뻗는 고양이의 모습에서 작가의 의도는 극적으로 드러난다. 말랑하면서도 탄력 있는 고양이가 금방이라도 머리를 흔들며 걸어 다닐 것만 같다. 작업실에 자주 찾아오던 고양이를 기르기 시작한 작가의 관찰력이 투영된 결과다. 다리가 짤막한 닥스훈트, 살집있는 돼지, 재잘거리는 앵무새 등 동물의 특성이 발랄하게 살아있다.
작가는 묵직한 정통 조각에서 살짝 벗어나 있지만, 3D프로그램을 이용하면서도 반드시 손으로 만드는 과정을 포함하는 진지한 태도를 잃지 않고 있다. 예상 가능하듯 SNS 상에서 상당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 전시는 1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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