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도체 시설 투자의 세액공제율을 최대 35%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말 세제 지원 추가 확대 검토 지시를 내린 지 나흘 만이다. 이번 조치로 기업들의 세 부담은 3조 6000억 원 넘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당초의 여당 안에 못 미치는 데다 이마저도 한시적·조건부 조치라 실제 투자 확대를 이끌어낼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윤 대통령이 주재한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등 세제 지원 강화 방안’을 보고했다. 기재부 방안에 따르면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기존 8%에서 15%,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상향된다. 앞서 2023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발표한 올해 투자 증가분에 대한 추가 세액공제율 10%를 적용하면 대·중견기업은 최대 25%, 중소기업은 35%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하다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아울러 기재부는 국가전략기술 외에도 올해 한시적으로 임시투자세액공제를 도입해 시설 투자의 세액공제율을 2%씩 상향한다. 이에 따라 일반 시설 투자는 대기업 3%,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2%의 공제율을, 신성장·원천기술의 경우 각각 6%, 10%, 18%의 공제율을 적용한다. 이번 공제율 상향으로 기업들의 세금 부담은 내년 기준 3조 6500억 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여야는 지난해 12월 23일 대기업의 국가전략기술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을 8%로 정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대폭적인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며 공제율을 20%까지 올리자고 했지만 “세수 감소가 우려된다”는 기재부의 반대로 정부안인 8%가 통과됐다. 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안(10%)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에 윤 대통령은 12월 30일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는 질책성 지시를 내렸고 기재부는 부랴부랴 이 같은 수정안을 내놓았다.
이날 정부 발표는 올해 1%대 저성장이 예고된 한국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반도체 수출은 1년 새 30% 가까이 급감하며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비상경제민생회의와 수출전략회의를 직접 챙기면서 산업 현장과 민생의 어려움을 풀어나가겠다”며 “엄중한 경제 상황에 철저히 대응하고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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