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에 비대면 진료가 법제화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비대면 진료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진 정책 결정권자들도 많지만, 아직은 디테일한 부분에서 이견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정부·국회·의약계 인사들을 두루 만나 비대면 진료 법제화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장지호(사진)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 회장은 3일 서울 서초구의 한 공유 오피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올해 법제화 추진이 행정적으로 명시된 상태인 만큼 올해는 비대면 진료 법제화의 원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여야를 막론하고 비대면 진료 관련 법안을 발의했고 정부 역시 의지를 갖고 추진하고 있다”며 고 분위기를 전했다.
원산협은 2021년 7월 출범했다. 닥터나우를 비롯해 굿닥 등 총 18개 비대면 진료 플랫폼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된 상황에서 원산협은 정부·의약계와 업계가 소통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장 회장은 지난달 회장으로 재선임 됐다.
장 회장은 올해는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비대면 진료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그는 “경증 환자는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중증 환자는 재진부터 허용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명확히 할 것"이라며 “코로나19 환자들을 비대면으로 진료하면서 큰 문제가 없었던 만큼 논의를 한 단계 진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사회와의 갈등도 적극적으로 해소할 계획이다. 약사회는 탈모약 등 일부 의약품 광고와 오남용 등이 우려된다며 비대면 진료와 함께 이뤄지는 약 배송에 강력 반대하고 있다. 장 회장은 “약사회가 비대면 진료에 대해 반대하는 것을 넘어 불법이라고 주장하다 보니 비대면 진료를 통한 약 조제를 일선 약국이 거부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며 “플랫폼 환자라고 해서 약을 조제하지 않는 것은 국민들을 차별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비대면 진료의 편리함도 퇴색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장 회장은 이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약사회와도 지속적인 소통을 할 계획이다. 장 회장은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이 이뤄지면 병원 앞에 위치한 ‘문전 약국’만 이득을 보는 구조를 깨고 복약지도 등 약사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며 “여러 장점 등을 설명하며 약사회도 설득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비대면 진료가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자정 노력도 이어갈 방침이다. 비대면 진료 업계의 지나친 상업화는 의료계 뿐만 아니라 여론마저 등돌릴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게 장 회장의 판단이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8월 의약품 오남용 조장과 호객행위를 금지한 ‘한시적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이를 위반한 사례가 발생했다. 이에 원산협은 지난해 9월 의약품 배송비 면제 등 보건 당국의 권고를 위반하는 행위를 중단해달라고 업계에 촉구했다. 또 신생 업체들을 위한 ‘플랫폼 기업 정책 가이드 라인(가칭)’도 별도로 마련해 제공할 예정이다. 장 회장은 “원산협 회원사가 아니더라도 협의회 차원에서 가이드라인 준수 등 지속적으로 공문을 보낼 것”이라며 “불법적인 의료 행위를 하는 의료 기관과는 법률적인 검토를 통해 플랫폼 기업들도 제휴를 해지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회장은 앞으로 원산협을 법정 단체로 변신시켜 업계 대표성을 강화할 생각이다. 비대면 진료 법제화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통 창구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원산협은 그간 업계를 대표해 보건 당국과 소통을 진행해왔다. 다만 법정 단체가 아닌 협의회 차원이다 보니 대표성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는 “협의회를 법정 단체로 만들어 법제화 이후 심도있는 협의를 이어가고, 관련 시행령 등을 마련할 때도 참여하겠다”며 “보건 당국과 지속적인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파트너가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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