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 대어로 기업공개(IPO) 시장의 주목을 받아온 컬리가 시장 환경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상장 절차를 중단했다. 컬리와 함께 ‘조(兆) 단위’ 대어로 주목을 받아온 케이뱅크도 증시 침체로 구체적인 상장 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컬리는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을 고려해 거래소 상장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컬리 관계자는 “연내 IPO에 재도전할지, 아니면 내년에 다시 상장을 추진할지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컬리는 2021년 10월 NH투자·한국투자증권과 JP모건을 공동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며 코스피 입성에 출사표를 올렸다. 지난해 3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한 컬리는 같은 해 8월 말 예심을 통과했다.
하지만 컬리는 상장 예심 통과 이후에도 장기간 공모가와 수요예측·일반청약 일정을 정하지 못했다. 지난해 계속된 금리 상승으로 전형적인 ‘적자 성장주’였던 컬리의 기대 몸값이 계속 떨어졌기 때문이다. 컬리는 2021년 말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앵커PE에서 2500억 원의 상장 전 지분 투자(프리IPO)를 유치하며 4조 원 수준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최근에는 “1조 원 수준에 공모가를 확정해도 IPO 성사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컬리는 예심 통과 후 6개월 이내 코스피 상장을 마쳐야 하는데다 해외 투자자 유치에 필요한 요건을 충족하려면 내달 중순까진 IPO 절차를 끝내야 했다. 하지만 연초부터 코스피지수가 장중 2100대까지 하락하는 등 증시 여건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상장을 철회한 셈이다.
KT(030200)의 자회사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도 공모 규모와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예심 승인 효력을 고려하면 케이뱅크는 오는 3월 20일까지 납입을 마치고 상장 신청서를 내면 되지만, 해외 투자자를 모집할 계획이어서 실질적인 공모 완료 기한은 컬리처럼 2월 중순으로 예상됐다.
한편 HD현대(267250)(옛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009540)도 이날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의 상장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한국조선해양은 이에 따라 5년 전 프리IPO 형태로 지분을 매입한 사모펀드 운영사인 IMM PE가 보유한 현대삼호중공업 지분 464만 7201주(15.15%)를 4097억 원에 되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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