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질책성 지시 후 기획재정부가 부랴부랴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올렸다는 지적에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이미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검토를 쭉 하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4일 추 부총리는 정부세종청사 출입기자단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추 부총리는 “(지난달 27일에) 세제 지원 등에 대해 투자 관련 상황을 보고 결정이 되면 별도로 말하겠다고 (기자들에게) 말했었다. 그때 어느 정도 추슬러진 상태였다”며 “그런데 공교롭게도 대통령께서 3일 뒤에 (반도체 세액공제 확대 검토에 대한) 말씀을 해 속도가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기재부가 입장을 바꿨다는 지적에 대해 직접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달 23일 국회에서는 반도체 등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6%에서 8%(대기업 기준)로 올리는 정부안이 통과됐다. 여당안(20% 상향)과 야당안(10%)보다 지원 수준이 낮다는 지적에 기재부는 반도체 세제 지원이 “충분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같은 달 30일 윤 대통령이 “기재부가 반도체 등 국가 전략 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지시했고, 기재부는 나흘 후인 3일 세액공제율을 8%에서 15%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기재부가 대통령의 질책 후 입장을 180도 바꿨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또한 추 부총리는 세액공제율 상향이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되는 ‘부자감세’라는 점에 동의할 수 없으며 2월 중 법 개정을 희망한다고도 밝혔다. 추 부총리는 “(투자 세액공제는) 특정 대기업만의 문제가 아니고 대기업과 관련된 중견·중소기업 등 생태계가 같이 영향을 받는 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월 내로 (개정안을) 제출하겠다. 가능하면 다음 달 (국회와) 논의해서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열심히 이해를 구하고 (국회에) 말씀을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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