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환경 영향을 이유로 중단했던 제주2공항 건설 사업이 재추진된다.
국토교통부는 문재인 정부 당시 환경부가 반려한 제주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보완해 제출했다고 5일 밝혔다. 평가서에 대한 두 부처의 협의도 재개된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개발 사업 계획 수립 시 환경적 측면의 계획 적정성과 입지 타당성을 검토하는 절차다. 공항 건설 사업의 경우 기본 계획 수립 단계에서 평가서를 작성해 환경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
국토부는 2019년 6월 평가서 초안을 환경부에 제출한 후 검토 의견을 반영해 그해 9월 본안을 제출했지만 환경부는 2021년 7월 협의에 필요한 중요 사항 누락과 보완 내용 미흡을 사유로 평가서를 반려했다. 비행 안전이 확보되는 조류 및 서식지 보호 방안 검토 미흡, 항공기 소음 영향 재평가 시 최악 조건 고려 미흡 및 모의 예측 오류, 다수 맹꽁이(멸종 위기 야생 생물Ⅱ급) 서식 확인에 따른 영향 예측 결과 미제시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국토부는 2021년 12월부터 보완 가능성 검토 연구 용역에 착수하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다. 국토부는 평가서에 공항으로부터 적정 거리 지역에 대체 서식지 등 우수한 조류 서식 여건을 조성해 조류를 공항 경계 외로 유인하는 등 항공 안전과 조류 보호가 조화롭게 유지되도록 하겠다고 썼다.
2공항 예정지 전역에서 조류 이동성 정밀 재조사를 시행해 조류 비행 고도 등 세부 이동 동선을 환경부에 제시했다. 국토부는 바람 방향을 고려하지 않은 항공기 이착륙, 저소음 항공기 미도입 등 다양한 가정을 설정해 소음 영향도도 검토했다.
국토부는 맹꽁이 서식 분포 현지 조사와 문헌 조사 결과 맹꽁이 이주 시 제주도 전체 맹꽁이의 서식 환경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현재 서식지를 보전하면 조류 유인 등 부정적 효과가 있다고 보고 대체 서식지를 확보하고 안정적인 이주를 추진할 계획이다.
제주공항과 2공항 예정지 앞바다에서 수중·수면 소음을 측정·분석한 결과 남방큰돌고래 등에 미치는 소음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2공항 예정지 내 숨골 빈도는 제주도 내 다른 지역과 큰 차이가 없고 2공항 건설 후 지하 수위 강하량이 건설 전의 통상적인 지하 수위 변동 폭 이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환경부와 협의 후 제주2공항 기본 계획을 공개하기로 했다. 특히 제주2공항 재추진에는 제주지사 출신의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협의 과정에서 제주도와 진행 상황 등 정보를 공유할 방침이지만 앞서 오영훈 제주지사는 “국토부가 제주도에 전략환경영향평가 연구 용역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유감”이라며 “도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토부는 제주공항이 2019년 이미 활주로 용량을 초과해 운영하는 등 포화 상태라며 나쁜 기상 여건과 결합해 항공기 안전사고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기상 악화로 총 229편의 항공편이 결항했고 강풍 특보가 발효된 상황에서 하이에어 항공편이 착륙 중 활주로를 이탈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주종완 국토부 공항정책관은 “제주도의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친환경 순수 민간 공항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제주2공항의 향후 비전을 담은 기본 계획을 제주도와 함께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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