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015760)이 자회사 한국전력기술(한전기술(052690)) 지분 매각을 위해 국내 대형 증권사 세 곳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원매자 물색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한전기술 주가가 최근 적지 않게 하락하며 매각 작업은 답보 상태에 빠진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한전이 자회사 지분 매각 등을 골자로 마련한 자구책을 올해 어느 정도 이행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지난해 한전기술 지분 매각 주관사로 NH투자증권(005940)·삼성증권(016360)·미래에셋증권(006800)을 선정하고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지분 매각을 위한 수요 조사를 벌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매각 대상 지분이 14.77%에 달하는 만큼 블록딜(Block Deal) 형태로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5월 그룹사 비상대책위원회를 개최해 자회사 지분과 부동산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안을 발표했다. 자구안에는 보유 중인 한전기술 지분 65.77% 중 14.77%를 매각하는 방안이 포함됐고 이사회는 이 같은 안건을 지난해 6월 이사회에서 통과시켰다.
문제는 한전기술 주가가 반년 사이 20~30% 하락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최고 8만 원 수준을 기록했던 한전기술 주가는 최근 5만 원대 후반까지 낮아졌다. 최근 주가 수준에 지분을 블록딜로 넘길 경우 전체 매각가는 3000억 원 초반에 불과할 것으로 관측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시간 외 지분 블록딜은 시가 대비 할인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한전은 이번 지분 매각 대금으로 최소 4000억 원가량을 예상하고 있어 현 상황에서는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한 것”이라고 전했다.
주관사들은 한전기술의 최근 실적이 지난해 다소 반등하고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전기술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3110억 원, 영업이익 3억5000만 원을 기록하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흑자로 전환했다. 4분기 실적은 이보다 더 좋았을 것으로 증권가는 예측하고 있다.
다만 한국전력은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액 5조 1765억 원, 영업손실 21조 8342억 원으로 사상 최악의 적자를 냈다. 4분기 손실액은 더 커져 연간 적자액은 3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영 환경에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해 한국전력이 마련한 한전기술 지분 매각 등 자구책을 올해 안에 어떻게든 이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경영 정상화의 일환으로 올해 1분기부터 전기 요금을 ㎾h당 13원 10전 인상해 적자 축소에 나서고 있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 폭은 2차 오일쇼크 시기였던 1981년 이후 최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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