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3’이 개막한 5일(현지 시간)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은 파트너사의 전시 부스를 서로 방문하며 동분서주하는 모습이었다. 전 세계 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가장 큰 행사인 만큼 국내 주요 기업 CEO들도 업종을 가리지 않고 국내외 기업들과 연이어 회동하며 사업 협력 기회를 모색했다.
이날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열린 CES 2023에서 현대모비스는 ‘뉴 모비스(NEW MOBIS)’라는 미래 비전을 공개하면서 첫 사업 파트너로 퀄컴을 낙점했다고 밝혔다. 뉴 모비스는 기존 부품 중심 사업에서 소프트웨어를 핵심으로 하는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현대모비스의 의지가 담긴 비전이다.
현대모비스와 퀄컴 경영진은 최근 CES가 열리는 미국 현지에서 만나 레벨3 자율주행 통합 제어기 개발을 위한 전략적 협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통합 제어기는 레이더·카메라·라이다(LiDAR) 등 다양한 센서로부터 입력된 신호를 통합적으로 판단해 안전한 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자율주행의 핵심 장치다. 현대모비스는 퀄컴의 고성능 반도체를 공급받고 통합 제어기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할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조성환 현대모비스 사장은 이날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결합이 우리의 지향점”이라며 “더 이상 단편적인 부품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통합 플랫폼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퀄컴 최고 경영진과 회동한 것은 현대모비스뿐만이 아니다. CES 개막을 하루 앞둔 4일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는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와 현지에서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박 부회장은 아몬 CEO와 반도체와 관련된 미래 산업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폭넓게 나눴다. 퀄컴 CEO와의 회동에 대해 박 부회장은 “국경과 산업을 초월해 글로벌 빅테크들과의 협력을 계속하겠다”며 “앞으로 시장을 이끌어가는 유수 기업들과 다방면에서 기술 기반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CES 개막 첫날 SK에서는 박 부회장과 함께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도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현지 주요 미팅으로 CES 현장을 방문하려던 최태원 회장의 계획이 무산되자 동생인 최 수석부회장이 자리를 대신했다. 한편 최 회장은 이날 수행 직원의 코로나19 확진으로 결국 CES에 참관하지 못하게 됐다.
올리버 칩세 BMW 회장은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전장 기술 등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이 자리에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윤호 삼성SDI 사장, 이영희 삼성전자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사장) 등이 함께했다. 지난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방한한 칩세 회장과 만나 전기차 배터리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데 이어 양사 간 동맹이 더 공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CES에 참가하지 않은 신세계의 정용진 부회장도 CES 전시관을 찾아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했다. LG전자 부스도 함께 둘러본 정 부회장은 HD현대 전시관을 찾아 정기선 사장으로부터 직접 미래 선박과 자율운항 기술 등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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