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로부터 우량 창업 기업으로 선정돼 지원금을 받은 기업 10곳 중 7곳이 사실상 폐업 상태에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에 따라 최대 1억 원의 지원금을 받았지만 기업당 평균 고용 실적은 4명도 되지 않았다.
6일 서울경제가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2017~2019년 중소벤처기업부의 주요 5개 창업지원사업 현황을 보면 8500개 업체 중 68.2%(5728개)의 고용 인원이 0명 혹은 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법인 설립 후 수년이 지나도록 고용 인원이 없는 경우 사실상 폐업한 것으로 간주한다.
벤처기업인 출신인 이영 중기부 장관 역시 지난해 국정감사장에서 “기업 설립 5년이 지난 뒤 매출액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고용이 없다면 페이퍼컴퍼니나 다름없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상 폐업 상태인 기업이 많다 보니 창업 기업들의 고용 창출 효과도 미미했다. 서울경제가 조사한 8500개 기업의 2022년 평균 고용 인원 수는 3.75명에 불과했다. 2년 전 평균 고용 인원 수(3.31명)에서 0.44명 늘어나는 데 그친 수치다. 특히 예비 창업자에게 사업 자금과 교육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에서 시행된 예비창업패키지사업의 평균 고용 인원 수는 2022년 기준 1.11명밖에 되지 않았다. 2019년 사업 개시 당시 기업당 평균 고용 인원이 1.01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고용 유발 효과가 전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정부로부터 우수 기업으로 선정됐음에도 고용 실적이 좋지 않은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에 이어 금리가 급격히 높아지며 경영 환경이 악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술혁신형창업지원사업의 경우 첫 해 고용 증가율이 50%를 넘겼지만 2022년에는 1.31%에 그쳤다. 예비창업패키지사업은 2021~2022년 고용이 역성장했다. 상대적으로 성과가 좋았던 창업선도대학사업 역시 2021년 고용 성장률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자산 시장 긴축에 따른 투자금 축소 분위기와 대외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창업 기업들의 위기는 이제 시작이라고 진단했다. 한 국책 기관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형편이 낫다고 여겨지는 기업들조차 이 정도라면 일반 창업 기업들의 경영난은 훨씬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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