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12월 고용보고서 결과에 상승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2.56%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2.28%, 2.13% 뛰었는데요.
12월 고용은 예상보다 강했습니다. 하지만 임금 상승률이 기대를 밑돌았는데요. 시장은 이것에 반응했습니다. 고용은 강하고 임금은 떨어지니 최상의 시나리오라는 것이죠. 이날 오전8시30분 12월 일자리 보고서가 나오기 직전 연 3.74%였던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수치가 나온 뒤 3.55%까지 급락했는데요. 인플레이션 문제가 잘 풀릴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입니다.
오늘은 미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열리는 전미경제학회(AEA) 행사 첫날인데요. 12월 고용보고서와 함께 AEA 현장 세션 내용을 함께 전해드립니다.
“12월 고용, 실업률 3.5%·고용은 22.3만 골디락스 보고서”…“연준 원하는 건 임금 하락 침체 확률 뚝”
우선 12월 고용 보고서부터 보죠. 이날 나온 12월 비농업 일자리가 22만3000개 증가해 다우존스(20만 개)와 블룸버그통신(20만3000개) 집계치를 모두 웃돌았는데요. 교육·건강 서비스에서 7만8000개, 레저와 접객에서 6만7000개의 일자리가 늘어났습니다. 반면 비내구재 제조업(-1만6000개)과 전문·비즈니스 서비스(-6000개), 정보(-5000개) 등을 보였는데요.
실업률은 3.5%로 더 떨어졌습니다. 50여년 만의 최저 수준이죠. 11월 실업률도 3.7%에서 3.6%로 하향 조정됐는데요.
월가의 관심은 임금에 있었습니다.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5.0% 성장할 것으로 봤던 시간당 평균 임금이 각각 0.3%, 4.6% 증가하는 데 그쳤는데요. 당초 10월 대비 0.6%, 전년과 비교해 5.1%였던 11월 수치도 0.4%, 4.8%로 내려왔죠.
지금까지의 흐름을 되짚어 보면, 이번 주 들어 구인이직건수(JOLTs) 보고서를 시작으로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의 민간 고용,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등 계속해서 고용이 강하다는 지표가 이어졌습니다. 어제는 이 때문에 증시가 하락했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노동 시장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공식 지표인 12월 고용보고서를 보니 고용이 강한 것은 맞는데 높았던 임금 상승률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겁니다. 경제활동참가율도 62.2%에서 62.3%로 0.1%포인트(p) 올랐는데요.
그동안 ‘강한 고용=추가 긴축에 따른 경기침체 불가피’로 해석했는데, 이번 달 같은 흐름이 몇 달만 더 이어진다면 ‘인플레 하락 때까지 고용(소비) 버틸 수 있음=연착륙’ 쪽으로 하루 만에 시장 흐름이 바뀐 겁니다. 임계치를 넘어간 꼴이죠.
임금 상승은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입니다. 강한 서비스업 수요와 타이트한 노동 시장이 임금 인상을 불러오고 이것이 물가를 더 높이는 악순환에 대한 우려가 많았죠. 애나 웡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노동 공급이 증가하고 실업률은 떨어졌으며 동시에 임금 상승도 둔화했다”며 “12월 고용 보고서는 골디락스처럼 보인다”고 했는데요.
실제 경기침체 확률이 낮아졌다는 얘기들이 나왔습니다.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 출신인 랜달 크로스너 시카고대 교수는 “한 달치이기 때문에 주목할 만한 승리를 선언하기는 어렵지만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낙관론적인 견해와 일치하는 데이터”라며 “연준이 원하는 것은 더 높은 실업률이 아니라 더 낮은 임금인상”이라고 지적했는데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도 “소프트 랜딩(연착륙)의 시작일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고, 닉 벙커 인디드 하이어링 랩의 경제 리서치 헤드는 “고용보고서는 소프트랜딩 가능성에 대한 좋은 소식으로 가득 차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들 뿐만이 아닌데요. 리사 쿡 연준 이사는 뉴올리언스 AEA 행사장에서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12월 고용보고서를 어떻게 봤느냐는 질문에 “노동이 견고하다(robust)”라며 “나는 침체가 없을 수 있다는 시장의 견해를 믿는다”고 설명했는데요. AEA의 행사에 참석한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경기침체는 내 기본 전망이 아니다. 나는 침체를 예상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연착륙 가능성이 2022년 가을에 비해 높아졌는데 최근의 데이터는 심각한 경기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둔화할 가능성을 높인다. 강한 고용이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좋은 시기”라고 했는데 12월 고용보고서는 그의 생각을 뒷받침해주죠.
“근본 상황 안 변해 결국 실업률 올라야 임금 하락”…“연준, 금리 경로는 유지 2월 인상폭 아직 미정”
이렇다 보니 올해 기준금리 인상 전망폭도 조정되고 있는데요.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동부시간 기준 이날 오후3시37분 현재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포인트(p)의 금리인상을 할 확률이 76.2%로 전날보다 13.6%p 올랐습니다.
전날 강한 고용에 수치가 37.4%까지 올랐던 0.5%p 가능성은 23.8%로 주저앉았는데요. 최종금리(terminal rate·터미널 레이트)는 4.75~5.00%로 정점을 찍고 11월부터는 확실히 내려간다는 게 시장의 예측입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인데요. 한 걸음 물러나 보면 12월 고용 보고서가 임금과 인플레이션에 좋은 신호를 준 것은 맞지만 △인플레이션 여전히 높음 △임금 상승률 떨어져도 인플레이션 타깃(2%)의 두 배 이상 △임금상승률 둔화 조짐 아직은 한 달 등이기 때문입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블룸버그TV에 “경제는 강한데 인플레이션 압력이 둔화하고 있어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근본적인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임금 상승률을 더 낮춰야 하는데 고용시장은 둔화가 없으며 인플레이션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더 높은 실업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연준의 사정에 정통한 월가의 한 관계자도 “12월 고용 보고서로 일단은 침체 확률이 떨어진 것은 맞다”면서도 “연준이 원하는 게 실업률 상승이 아니라 임금 하락이라는 말도 있지만 임금이 떨어지려면 결국 실업률이 올라야 할 것이다. 낮은 실업률을 기록하면서 임금이 계속해서 둔화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안 좋게 끝날 가능성(경기침체)이 높다”고 했는데요.
당장 12월 고용 보고서에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 공개했던 연준의 정책 기조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큽니다.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만 해도 “12월 보고서가 나의 통화정책 경로를 바꾸지 않는다. 정책금리는 5%를 넘어 오랫동안 유지될 것”이라며 “2월에 0.25%p나 0.5%p 둘 다 가능하다”고 했는데요.
리사 쿡 연준 이사도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다. 최근 고무적인 데이터에 너무 의미를 두지는 않겠다”고 봤습니다. 이는 상황이 좋아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12월 FOMC에서 정했던 방침을 깰 정도는 안 된다는 거죠.
금리선물시장과 달리 이코노미스트들은 2월 금리인상 전망폭이 엇갈립니다. 루빌라 파루키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일자리 증가는 견고한 반면 실업률은 낮고 임금은 둔화하고 있어 2월에 0.25%p의 금리인상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요.
마이클 페롤리 JP모건체이스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0.25%p를 점치면서도 그 원인을 일자리가 급격하게 둔화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약간 결이 다른데요. 그는 “세부적으로 보면 향후 몇 달 동안 고용증가가 눈에 띄게 둔화할 것이라는 더 많은 확신을 준다”며 “노동수요 둔화에 대한 암시는 연준이 2월 회의에서 0.25%p를 해도 충분하게 할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반면 카린 차본느 CIBC 캐피털 마켓의 이코노미스트는 “전반적으로 이번 보고서는 추가적인 0.5%p 금리인상 전망과 일치한다”고 봤는데요.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강력한 일자리 보고서가 다음 번 금리인상에 관한 연준 내부의 논쟁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연준 관계자들은 2월에 얼마나 금리를 올릴지 선택지를 아직 열어두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12월 CPI 의미 한층 중요해져”…“QT, 은행도 MBS 보유량 줄여 생각보다 영향 커. 인플레 타깃 상향” 주장도
지금으로서는 둔화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고용이 결국 둔화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고용 보고서의 큰 그림은 노동시장이 연준이 기대했던 것만큼 빠르게 냉각하고 있지는 않으며 임금 상승률이 여전히 연준의 타깃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라며 “아직은 해고가 많지는 않지만 앞으로 몇 달 동안 크게 늘어날 수 있으며 2024년까지 실업률이 5.0%까지 오를 것”이라고 점쳤는데요.
이렇게 되면 침체 쪽으로 가는 것이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마이클 가펜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실업률이 높아지려면 결국 일자리 증가폭이 7~10만 밑으로 가야 한다”며 상반기 중 마이너스로 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는데요.
12월 일자리 증가폭으로 22만5000개를 제시해 실제 수치에 근접한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이 둔화하고 있지만 확실히 충분하지 않다. 내 생각에 연준은 10만 명 수준의 고용증가, 즉 제로에 가까운 증가가 이뤄져야 실업률을 높이고 임금 인상률을 낮출 것이라고 봐 좋아할 것”이라며 “봄이나 여름에 일자리 증가세가 제로를 기록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월가에서는 1차로 12일 나올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보면 2월 기준금리 인상 전망폭과 향후 연착륙 가능성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고 보는데요.
피터 치르 아카데미 증권은 “고용보고서를 보면 경제는 강하고 임금 압력은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주식과 채권에 긍정적일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연준이 실업률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며 그것은 골디락스 랠리가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고용의 경우 앞서 언급한 대로 갑작스럽게 증가폭이 너무 빠지거나 임금 상승률이 반전하면 분위기가 180도 뒤바뀔 가능성이 있는데요. 경기침체 가능성도 다시 급부상하겠죠. 연준이 실업률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들이 있다는 점, 알고 있어야겠습니다.
강한 고용과 임금 상승 둔화의 긍정적 의미는 유지하되 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뀐 게 있는지 천천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말인데요. 그래야 실수를 덜 할 수 있겠습니다. 프린시플 애셋 매니지먼트의 시마 샤는 “낮은 실업률과 시간당 평균 임금은 주식 시장의 강세를 이끌 것이며 실제 오늘 일자리 보고서 덕에 연착륙 기대가 증가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하지만 실업률이 역사적으로 최저치인 3.5%로 돌아간 상황에서 임금 상승률이 의미 있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 얼마나 현실적일까? 연준은 회의적일 것”이라고 했죠.
ISM이 이날 밝힌 미국의 12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6으로 시장 예상치(55.1)을 크게 밑돈 것도 잘 봐야 하는데요. 서비스업이 위축(50 아래)한 것은 시장이 그동안 바라온 것이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빠르면 침체로 달려가는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추가로 이날 필립 쉬나블 뉴욕대 교수는 “주택저당증권(MBS)의 경우 연준 뿐만 아니라 은행들도 보유량을 줄이면서 양적긴축(QT)을 하고 있다”며 “은행이 줄인 게 2000억 달러어치에 달하며 QT의 실질적인 영향은 연준에 은행 몫을 더해야 한다. 모기지 금리와 주택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봤는데요. 데이비드 로머 UC버클리 교수는 “연준의 2% 타깃 유지가 신뢰도에 문제를 줄 수 있다며 이를 2.5%나 3%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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