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밈(Meme) 주식 ‘게임스톱’ 채권 투자로 큰 수익을 거뒀던 머스트자산운용이 지난 한해 56%의 투자 손실을 냈다. 김두용 머스트자산운용 대표는 작년 6월에 이어 올 1월 두번째 반성문을 썼다.
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머스트자산운용은 지난 6일 투자레터를 통해 작년 투자로 손실률이 56%에 달한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 2%대 수익률로 시장 기대치를 대폭 하회한 데 이어 급기야 투자 자산이 반토막난 것이다.
머스트자산운용의 12년 간 연 평균 수익률은 약 27%다. 2006년 설립 후 2009년 투자일임업을 본격 시작한 후 업계의 전설로 통했다. 리서치 기반 성장기업 매수 전략이 강점이었다.
이번 투자레터에서 김 대표는 2017년부터 시작한 해외 상장 주식 투자 중 일부 장기성장기업에 대한 투자에서 큰 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헤지펀드 투자동향(13F)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머스트자산운용의 포트폴리오에는 동남아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씨(Sea Ltd)가 28.15%로 가장 많았고 럭셔리 쇼핑몰 운영사인 파페치(FTCH)가 25.94%,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인 카바나(CVNA)가 24.54%로 뒤를 이었다. 머스트자산운용은 이 세 종목으로만 전체 포트폴리오의 79%를 채웠다. 그러나 작년 한해 이들 성장주의 주가는 급락했다. 씨의 머스트자산운용의 평균 매수단가는 주당 119.48달러로 추산되는데 작년 3분기 말 이미 56.05달러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파페치 역시 평균 매수단가 13.2달러의 반토막 수준인 7.45달러로 떨어졌다. 카바나는 평균 78.47달러에 매수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3분기 말 20.3달러로 급락했다.
김 대표는 투자레터에서 “해외 크로스 체크를 통해 국내 투자를 실수없이 더 잘하고 국내 투자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를 찾고자 2017년부터 시작한 해외 상장 주식 투자 중 일부 장기성장기업에 대한 투자에서 많은 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손실 사유는 네 가지가 꼽혔다. 금리상승과 경기침체 등 매크로 경제상황이 생각 이상으로 악화했다는 점과 금리상승으로 인해 장기성장기업의 주가 하방 변동성이 심해졌다. 또 펀더멘털이 튼튼하다고 봤던 기업들이 매크로 영향을 크게 받았다. 일부 리서치상 잘못된 해석도 문제로 꼽혔다. 김 대표는 “동일한 접근으로 2020년도에 평소보다 높은 수익률을 낸 것이 2022년까지 관성으로 이어졌던 점도 원인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뉴스에 나오는 게임스탑 주식은 당시 포트 비중이 꽤 낮았고 큰 상승 전 일찍 매도했고 당시 조금 더 비중 있는 투자였던 게임스탑 채권이 머스트 본연의 색깔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머스트자산운용은 지난해 8월까지 해외 성장주 위주 투자를 지속하다 3분기 말에서야 포트폴리오 조정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투자레터에서 한국 주식 비중을 약 70%, 미국 약 27%, 일본과 유럽 약 3%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단일 종목 비중이 10%를 넘지 않도록 하고, 대부분 2~5% 비중으로 분산투자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최소한의 회복이라고 생각되는 2배 수익을 빠르게 달성하는데 회사의 명운을 건 노력을 다하겠다”며 “이 과정에서 하방 변동성을 제한하는 안정적인 운용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작년 손실로 머스트자산운용의 몸집은 쪼그라들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머스트자산운용의 순자산총액은 지난 5일 기준 2361억 원으로 작년 초 6123억 원에 비해 3분의 1 토막 났다. 작년 초 6000억 원대 초반으로 머스트자산운용과 비슷했던 씨비알이인베스트먼트와 페블스톤자산운용은 8000억 원대로 늘었고 그로쓰힐자산운용 역시 6500억 원대로 불린 것과 대조적이다. 1년 전 머스트자산운용과 비슷했던 수성자산운용과 피데스자산운용의 순자산총액은 줄었지만 5000억 원대에 머물렀다.
머스트자산운용은 리서치에 기반한 롱바이어스드(매수 위주) 전략을 추구하는 곳으로 명성을 날렸다. 서울대 주식투자 동아리 스믹(SMIC) 출신 김두용 대표가 2006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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