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물가 시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극한 갈등을 야기한 납품단가 현실화 문제를 해소하는 데 1조 원을 투입한다. 중소 수출기업의 환율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전년도 수출 실적 1000만 달러 이하 중소기업에는 수출 운전자금 금리를 2.7%포인트 경감해준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김주현 금융위원회장은 11일 서울 양천구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정책금융기관장, 중소기업 관련 단체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총 80조 원 규모의 ‘중소기업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가 50조 원, 중기부가 30조 원을 마련했다.
이 장관은 “부처별로 나눠져 있는 정책금융 역량을 한데 모아 종합적인 중소기업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하는 것은 처음 있는 사례”라며 “앞으로 중소기업 자금 조달 여건 개선에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역시 “대내외 경제 여건이 녹록하지 않은 가운데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해야 하는 중소기업의 위기 극복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중요한 시기”라며 “은행권에서도 중소기업을 위한 자체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총 80조 원 규모로 공급되는 정책자금은 △3고 현상 대응(22조 8000억 원) △혁신기업 성장 지원(52조 3000억 원) △취약 기업 재기 지원(8조 9000억 원) 크게 세 갈래로 집행될 예정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원재료 가격 변동을 납품단가에 반영해 하청업체의 부담을 덜어주는 납품단가연동제를 도입한 기업에 저리의 특례대출이 제공된다. 상생경영 우수기업 특별지원 명목인데 대기업은 고금리 시기 금리를 감경받을 수 있어 좋고 원자재 값 상승분을 떠안아온 중소기업은 고통이 분담돼 좋은 ‘윈윈 모델’이다.
기업은행은 해외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 등으로 환율 변동에 민감한 기업에 5000억 원 규모의 중장기 금리 안정 대출을 내준다. 조달금리 3년물과 1·2년물 간 차이를 자동 감면하는 방식으로 중도상환해약금이 면제돼 추후 비용 부담 없이 단기 대출로 갈아탈 수도 있다.
혁신기업 성장지원 분야는 기은이 우선 국내 복귀(리쇼어링) 추진기업을 위한 턴업기업 지원자금대출 1조 원을 준비했다. 신용보증기금은 글로벌 공급망 경색 피해기업과 미래 혁신형 중소기업에 각각 1조 3000억 원과 1조 원의 우대 보증을 서준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혁신성장지원자금 9250억 원을 내놓기로 했다. 중진공은 미래차 등 혁신 분야 전환 중소기업에 컨설팅·자금·연구개발(R&D) 등을 연계하는 패키지 프로그램도 도입한다.
아울러 산업은행은 정부 승인 사업 재편 기업에 고부가가치 퍼플오션(신사업 분야) 진출용 인수합병(M&A)·영업양수도 자금 1조 원을 공급한다. 정부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이달 내 출시해 복합 위기에 직면한 중소기업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게 돕겠다는 계획이다.
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기술력이 우수하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에 대해서는 최대 3%포인트 감면된 금리 등 우대자금도 공급된다. 납품 기업이 매출채권을 신속히 현금화할 수 있도록 매출채권팩토링을 공급(약 1000억 원)하고 납품 대금을 회수하지 못한 경우 손실금을 보상해주는 매출채권보험도 인수 규모를 늘리고 외감기업은 보험 한도를 확대하는 등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취약 기업 재기 지원에는 8조 9000억 원이 투입된다. 채권은행에서 신용위험평가를 하기 어려워 지원제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신용공여액 10억 원 미만의 소규모 기업은 평가 없이도 지원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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