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마시스의 대주주와 ‘큰손 개미’를 중심으로 뭉친 소액주주들이 다음 달 임시 주주총회에서 한판 표 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휴마시스는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개발·판매해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단기 금융 상품 포함) 3446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대주주 지분이 낮은 상황에서 소액주주들이 현금 배당 등을 요구하며 경영진 교체를 추진하고 있어 휴마시스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1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휴마시스의 임시 주총이 다음 달 28일로 예정돼 있다. 소액주주는 임시 주총에 정관 변경, 이사 선임, 상근감사 선임 등 3개의 안건을 올린다. 이번 분쟁을 주도하고 있는 이는 ‘슈퍼개미’ 구희철 씨다. 그는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쳐 5.45%를 보유 중이다. 현재 대주주인 차정학 휴마시스 대표 및 특수관계인 지분 7.58%에 맞먹는 지분을 들고 있다. 구 씨는 상임감사 후보로 등장했다. 휴마시스 측도 주총 전에 안건을 제안할 방침이다.
소액주주들의 불만으로 지난해 10월 열렸던 임시 주총에서는 소액주주 측 안건이 정족수 미달로 부결된 바 있다. 구 씨가 지난해 10월 18일 기준 특별관계자 4인 포함 지분율을 5.45%로 공시하며 주요 주주로 올라서면서 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구 씨는 공시를 통해 “생각을 같이하는 주주들과 연합해 회사 경영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다”며 “이에 기업 경영 안정을 위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신규 임원의 선임과 함께 정관을 개정하고자 한다”고 주식 보유 목적을 밝힌 바 있다. 최근 소액주주 측은 2월 임시 주총과 3월 정기 주총에서의 표 대결에 앞서 주주명부 열람을 요구하고 나섰다. 휴마시스는 4일 경영권 분쟁 소송으로 구 씨가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허용 가처분 신청을 했다고 공시했다.
표 대결 결과는 안갯속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구 씨 측과 차 대표 측의 지분이 유지됐다고 가정하면 차이는 2.13%포인트에 불과하다.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78.12%에 달하기 때문에 양측의 득표전이 뜨거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상임감사에 관심이 쏠린다. 현행법은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3% 룰’이다. 최대주주뿐 아니라 일반 주주들의 의견도 중요하다는 점이 반영됐다.
양측의 분쟁이 본격화하며 휴마시스 주가는 루머에도 요동치고 있다. 휴마시스는 이날 1400원(8.19%) 오른 1만 8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 한국증권금융이 지분율을 4.45%에서 5.01%로 늘렸다는 공시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한국증권금융이 휴마시스 주가 상승에 베팅해 지분을 늘렸다는 추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한국증권금융의 지분율 변화는 ‘신용공여에 따른 담보권 신규 취득 및 변동’에 따른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 거래 시스템을 통해 신용 매매를 신청하면 증권사가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대출을 일으켜 주식을 매입하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이때 매수 대상이 되는 주식은 담보로 잡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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