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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대제 "고금리發 하반기 M&A 급증…삼성은 반도체 감산 안할 것"

[신년 특별 인터뷰]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

구조조정 매물 봇물…'1조 자금력'으로 대형딜 추진

반도체는 후공정이 미래…삼성 '1등 전략' 지속할듯

2차전지엔 원료 확보가 핵심, 정부의 자원외교 필요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이 9일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스카이레이크 본사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대담=손철 시그널부장 runiron@sedaily.com

기업 인수합병(M&A)의 명가로 성장한 사모펀드 운용사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의 진대제 회장이 “통화 긴축에 따른 고금리가 기업들의 구조 조정을 촉발하면서 하반기 M&A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며 “성장률 하락 등 경기 침체가 기업 구조 조정을 앞당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해 1조 원 넘는 신규 펀드 결성에 성공해 “올해는 조(兆) 단위 대형 딜에도 나서 보겠다”고 투자 의욕을 불태웠다.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005930)의 최고경영자(CEO)와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한 진 회장은 최근 삼성전자의 감산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1등 전략을 추구하는 삼성이 감산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진 회장은 스카이레이크가 투자한 야놀자가 “내년까지 나스닥 상장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며 두산에서 인수한 솔루스첨단소재(336370)에 대해서는 “향후 3년간 증설 등을 완료해 기업가치를 높인 후 매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2의 반도체로 성장 중인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정부가 리튬·구리 등 원재료 확보를 위한 자원 외교에 적극 나서줄 것도 주문했다.

9일 서울 강남의 스카이레이크빌딩에서 70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진 회장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와 4~5년 전에는 대기업 구조 조정에 따른 M&A가 많았다”면서 “올해는 긴축에 따른 유동성 축소로 하반기부터 중견기업의 경영권 거래가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고금리와 고물가에 환율도 높은 ‘3고 시대’를 맞아 중앙은행과 정부가 모두 긴축에 나서 기업들의 투자 확대는 쉽지 않다”고 진단하며 사모펀드에 기업 인수 등의 기회가 많을 것으로 분석했다.

진 회장은 “이미 매물은 쏟아지고 있다”면서 “다만 매도측이 아직 가격 등 눈높이를 낮추지 않아 거래 성사는 잘 안 되는데 하반기에는 가격이 떨어지며 거래가 활발해질 것이다.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스카이레이크는 지난해 1조 원가량의 자금을 확보해 12호 블라인드 펀드(투자처를 정하지 않고 조성)를 결성했으며 올해 추가 자금 유치에도 나서 펀딩이 어려워진 사모펀드 업계에서 자금력이 우위에 있다.

스카이레이크가 2017년 600억 원을 투자한 야놀자에 대해 진 회장은 “미국 나스닥 상장을 계속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년까지 상장에 성공하면 엄청난 투자 수익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야놀자 등에 투자한 스카이레이크의 10호 펀드는 내년을 목표로 청산을 추진하는데 최소 20%대의 내부수익률(IRR)을 예상하고 있다.

진 회장은 스카이레이크가 인수한 기업 중 2차전지용 동박 제조사인 솔루스첨단소재의 공동대표를 맡아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지난해 10여 차례 이상 다녀온 해외 출장 대부분은 캐나다·헝가리 등 솔루스첨단소재의 해외 생산 법인을 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는 “캐나다 퀘벡주에 조만간 공장을 착공하는데 생산 법인이 자리 잡는 3년 후쯤 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면서 “북미에 전기차 생산 공장은 많은데 배터리용 동박 공장은 없어 LG에너지솔루션·SK온·테슬라 등 고객사에서 빨리 생산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가 전체로 수요가 있는 동(銅) 광산이나 리튬 광산을 정부와 기업이 선점하려면 정부가 할 일이 많다”면서 “자원이 많은 국가에 외교 차원에서 공항이나 항구 등 인프라를 지원해주는 대신 길게 보고 자원을 확보한다면 2차전지 산업 전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료보다 기술력이 중요한 반도체와 달리 2차전지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원료 확보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진 회장은 최근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 악화가 일어났지만 삼성전자의 반도체 감산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도체는 공급이 5% 많으면 가격이 20~30% 떨어지고, 5% 줄면 20~30% 오른다”면서 “반도체는 경제가 활성화되면 잘 팔리게 돼 있기 때문에 1등의 파워를 지닌 삼성은 감산하지 않을 배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 또한 삼성의 1등 전략이라고 진 회장은 말했다. 그는 “삼성의 이익이 줄어들 정도면 다른 기업은 적자인데 삼성은 가격을 내려 경쟁자를 밀어내면서 호경기를 대비해 투자할 여력이 있다”면서 “삼성전자가 세계 1등이 된 비결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잘하는 메모리반도체 이외에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 공정 중 후(後)공정에 투자할 것을 역설하고 있다. 후공정이란 주로 패키징과 테스팅을 말하는데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은 주로 전(前) 공정에 해당하는 팹리스(설계)나 파운드리(위탁 생산)를 반도체 산업의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다. 진 회장은 “팹리스 시장은 값싼 부품을 밀고 들어오는 중국이 있고 파운드리는 고객사인 퀄컴이나 엔비디아를 경쟁자로 돌려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탄탄한 조직 문화가 역으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 등의 M&A에 있어 장애가 되는 측면도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진 회장은 “삼성전자처럼 잘 짜인 조직과 그렇지 않은 해외 기업은 문화 차이가 커서 삼성이 해외 기업 인수를 통해 성장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이스트 대신 IBM 택한 국비유학 1호…진대제, 美 현장 경험 쌓아 韓반도체 신화 일궈

삼성전자 합류 'D램 개발' 주역

"청년위한 창의식 교육개혁 절실"

2006년 3월 이집트를 국빈 방문 중인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카이로 숙소호텔에서 열린 와이브로와 시연장에서 진대제 당시 정보통신부장관과 둘러보고 있다/사진제공=노무현재단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신화에서 빼놓을 수 없다. 진 회장은 1977년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는데 당시 정부가 처음 도입한 국비 유학생에 선발돼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1983년 실리콘밸리의 명문 스탠퍼드대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기도 전에 KAIST는 그에게 교수 임용장을 보냈지만 진 회장은 현지에 좀 더 남아 현장 경험과 기술을 쌓기로 했다.

그는 “IBM에 입사해 좀 더 배운 뒤 귀국하겠다고 했지만 한국에서는 무조건 돌아오라고 하더라”면서 “모아둔 돈으로 국비 유학 비용을 모두 갚고 IBM에 들어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스탠퍼드에서 공부하고 앤디 그로브 같은 인물들을 만나면서 반도체의 미래를 확신하게 됐다”며 “고국에 돌아가는 건 당연하지만 미국에서 실질적 경험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로브는 인텔을 창업하지는 않았어도 1987년부터 1998년까지 최고경영자(CEO)를 지내며 인텔을 세계 최대의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진 회장은 IBM에서 2년간 연구원으로 재직한 후 삼성전자에 스카우트돼 실리콘 밸리에 좀 더 머물면서 4메가(M) D램 개발을 이끌었다. 1983년 ‘도쿄 선언’으로 반도체 사업 진출을 밝힌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진 회장을 영입해 그의 나이 35세에 곧장 임원을 달아준 데 대한 보답이었다.

진 회장은 약속대로 서울로 돌아와 1989년 16M D램 개발부터 2~3년에 한 번씩 세계 최초 D램 신제품을 출시·양산하며 삼성전자의 반도체 신화를 작성하고 1999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CEO로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올린 그를 주목한 또 한 사람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진 회장은 2003년 2월 27일 청와대에서 온 전화를 어제 일처럼 기억했다. “일면식도 없던 노 대통령이 오전 11시쯤 전화를 하셨다. 우리나라가 정보통신 분야에서 향후 10년간 먹고살 수 있는 산업을 만들어야 하는데 사장님이 적임자라고 하니 맡아달라고 하더라.”

당시는 국무위원에 대한 인사 청문 제도가 없어 진 회장은 전화를 받고 당일 오후 3시 청와대에서 정보통신부 장관 임명장을 받고 5시에 취임식을 했는데 같은 날 삼성전자에 사표를 내야 할 만큼 속전속결로 장관 임명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그는 갑자기 내린 결단의 대가로 삼성전자에 받기로 한 스톡옵션 7만 주를 포기했다. 삼성전자가 2018년 주식을 50 대 1로 분할한 것을 고려하면 현 시가로 2000억 원이 넘는다.

진 회장에게 돌아보면 아쉽지 않으냐고 묻자 “스톡옵션이 내 소유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더 벌면 되지 하는 자신감도 있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 정도 보상은 받았다”며 그는 담담히 말했다.

진 회장은 인터뷰 마지막에 청년 세대를 위한 교육 개혁을 강조했다. 그는 “제한 시간에 선다형 문제를 풀어 대학과 인생을 결정하는 한국의 교육 방식은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는 데 적합하지 않다”며 “실제 현실에서 마주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하는데 토론식 학습법과 시행착오를 통해 창의적 사고를 기를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충희 기자 mids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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