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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이불과 아랫목 사이에 숨겨둔 사랑

■겨울 이불

안녕달 지음, 창비 펴냄





할머니, 할아버지댁 겨울 이불은 유난히 더 두껍다. 밖에서 들어온 아이는 양말부터 외투까지 훌렁훌렁 허물처럼 벗으며 두툼한 솜이불을 파고든다. 뜨끈한 아랫목과 포근한 솜이불 사이에는 동굴같은 찜질방이 차려져 있다. 곰,너구리,거북이,개구리가 놀다 자다를 반복하는 그 틈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만났다. 아이는 달걀과 식혜를 가져오라는 심부름을 받는다. 바닥에 앉아 지진 엉덩이 열기로 쪄 낸 ‘곰 엉덩이 달걀’과 할머니가 얼음판 아래까지 깊게 파고들어가 떠낸 ‘얼음할머니 식혜’는 소박한 간식이지만 크나큰 사랑이기도 하다.

‘수박 수영장’ ‘당근 유치원’ 등 가족 사랑을 상상력 풍부한 그림으로 풀어내는 작가 안녕달의 열 번째 창작 그림책 ‘겨울 이불’이 출간됐다.



겨울날이면 할머니댁의 구들장은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에 맞춰 데워진다. 이불과 방바닥사이의 그 납작한 틈을 조부모의 사랑, 어린 시절의 추억이 충만한 환상적인 공간으로 만들어놨다는 점이 재미를 더한다. 이불 밑에 작은 공간이 생길 수 있도록, 넙쩍한 기둥처럼 이불을 살짝 밀어올린 것은 일 마치고 돌아올 아들(아이의 아빠)의 늦은 저녁상을 위해 부모님이 넣어둔 밥그릇이었다. 사랑의 온기로 가득한 책이다.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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