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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융복합 예술로 대중과 소통한 盧관장

■미디어 아트와 함께한 나의 20년

노소영 지음, 북코리아 펴냄





한국 미디어아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세 사람을 꼽으라면 세계에 명성을 떨친 백남준, 토종 국내파 작가 박현기, 그리고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이다. 종로구 서린동의 SK서린빌딩 로비에는 노 관장이 직접 고른 백남준·박현기의 작품이 있고 이곳 4층에 있는 ‘아트센터나비’는 국내 최초의 미디어아트 전문 미술관으로 명성을 쌓았다.

노 관장이 ‘미디어 아트와 함께한 나의 20년’이라는 덤덤한 제목으로 미술관 20년사를 회고했다. 노 관장의 시어머니이자 최태원 SK회장의 모친 박계희 여사가 이끈 워커힐미술관이 1980~90년대 한국미술의 중흥기를 이끌었다면, 그 뒤를 이은 아트센터나비는 미디어아트의 시작과 성장을 함께했다.



2000년이 시작될 즈음 디지털 시대의 “문명사적 전환을 목전에 둔 듯한 예감”을 품은 노소영은 시어머니의 뜻을 이어받되 중소형미술관의 생존전략과 새로운 미술관의 미래상을 고민했고 ‘디지털 아트’로 방향을 잡았다. “마침 정보통신업에 진출한 남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원의사를 밝혔다. 최 최장은 새로운 미디어가 사용자의 인지와 감성을 어떻게 바꾸어갈지에 관심이 있었다.” 1997년 워커힐호텔의 작은 방에서 비서 1명과 첫걸음을 뗐고 2000년 12월 서린빌딩에서 아트센터나비의 이름으로 개관전을 열었다. 저자는 “처음 10년은 새로운 기술에 매료돼 이런저런 시도들을 해보던 시기”였고 “2010년 이후에는…기술의 본질을 파고들었다. 로보틱스,인공지능,데이터사이언스.블록체인 등 소위 말하는 제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술들이다”고 되짚었다. 그는 기술로 인한 인간과 사회의 변화에 끊임없이 질문한다. ‘나는 누구인가?’, 즉 ‘인간은 무엇인가’에 관해.

저자는 이혼 소송중인 최 회장에 대한 언급은 극도로 자제했다. 다만 “'모든 철학은 가정사에서 시작한다'라는 말이 있듯 내게도 개인적인 어려움이 있었다”고만 적었다. 책은 9개의 큰 장으로 나뉘어 낯선 개념이던 미디어아트가 자리잡고 전세계로 확장되는 과정을 주요 전시, 작가, 연구자들의 실제 사례와 함께 들려준다. 전문가 눈높이의 내용이지만 문체가 쉽고 명료한 편이다. 아트센터나비는 지난 20년간 배출한 기획자만 200명에 이르며, 미디어아트 전문 미술관으로는 글로벌 무대에서도 높은 수준을 인정받는 기관이 됐다.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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