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TSMC가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005930)의 10배 이상 되는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도 두 분기 연속 삼성전자를 추월했고 격차도 더 크게 벌렸다. 한국 정부·국회가 지원에 머뭇거리는 사이 ‘글로벌 반도체 1위 기업’의 입지가 삼성전자에서 TSMC로 완전히 넘어간 셈이다. ‘대기업 특혜’에 대한 비뚤어진 도그마가 초래한 결과다.
TSMC는 12일 자사 홈페이지에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으로 6255억 3200만 대만달러(약 25조 6029억 원)의 매출과 3250억 4100만 대만달러(약 13조 3136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고 게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2.8%, 77.8% 늘어난 액수다. 매출액은 3분기보다도 2%가량 더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52%를 기록했다. 이는 최악의 실적을 낸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반도체) 부문의 성과와 명백히 대비된다. 삼성전자는 4분기에 70조 원의 매출과 4조 3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고 이달 6일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8.5% 줄었고 영업이익은 69%나 급감했다. 증권 업계에서는 이 가운데 반도체 부문의 매출이 19조~20조 원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했다. 메모리반도체까지 포함한 매출이 비메모리반도체 하나에만 주력한 TSMC의 80%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2021년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매출 세계 1위에 올랐지만 지난해 3분기부터 그 자리를 TSMC에 내줬다.
더욱이 TSMC는 시스템반도체 하나로 삼성전자가 반도체·스마트폰·가전 등 전 사업 부문에서 번 돈의 3배 이상을 벌었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고작 1조 원 안팎 수준일 것으로 추산했다. 전자 업계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사실상 공기업인 TSMC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데 반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각자도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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