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은행발 경기침체 우려와 인플레이션 기대 하락에 따른 낙관론이 뒤섞였음에도 상승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0.71%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40%, 0.33% 뛰었는데요.
이날 대형 은행들의 실적 발표에 증시는 오전에 약세로 출발했습니다. 전체적인 실적은 좋았지만 대손충당금을 대거 적립했고 앞으로 완만하지만 침체를 기본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오전 늦게 상황이 뒤바뀌었습니다. 은행주는 상승했고 주요 지수도 낙폭을 줄였는데요.
어제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이날 나온 단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낮아지고 소비자 심리는 개선되면서 연착륙에 대한 기대가 커졌습니다. 영국과 독일도 깜짝 성장을 보여줬는데요. 그 결과 경기침체 논쟁도 거셉니다. 종목별로는 미국과 유럽에서 차량 가격인하에 들어간 테슬라가 0.94% 하락했는데요. 오늘은 주요 은행 실적과 함께 경기침체 논쟁, 미시간대 인플레 기대, 증시 전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JP모건·BofA 한목소리로 침체 전망”…“미, 4개 대형 은행 충당금 예상보다 더 쌓아”
우선 은행 실적부터 보죠. 자산규모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가 내놓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보면 주당순이익(EPS)이 3.57달러로 시장 예상치 3.07달러를 웃돌았는데요. 매출도 355억7000만 달러로 전망(343억 달러)보다 높게 나왔습니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효과 덕인데요. 은행은 금리상승기에 돈을 벌기 쉽습니다.
문제는 앞으로인데요. JP모건체이스는 4분기에만 연결기준 22억8800만 달러의 대손충당금을 쌓았습니다. 3분기와 비교하면 무려 48.8%나 폭등한 건데요. 충당금은 대출이 연체될 것을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돈입니다. 충당금 증가는 경기둔화를 의미하는데요. 지난해 4분기에는 충당금을 환입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급격한 증가죠.
핵심 수익원인 순이자수입(NII·대출이자-예금이자)도 740억 달러로 추정치 744억 달러를 밑돌았습니다. 뭔가 대출 부문에서 조금씩 균열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요. JP모건체이스는 작년 말 기준 1.5%가량인 신용카드 연체율이 올해 중반부터 높아져 연말에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2%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실제 은행은 완만한 경기침체가 중심 전망이라고 밝혔습니다. JP모건체이스는 거시경제 전망이 다소 악화해 완만한 경기침체를 중심 전망(central case)에 두고 있다고 했는데요. 앞서 경제 허리케인을 언급했던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돈을 쓰고 있고 기업들은 건강해 미국 경제가 강하다”면서도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취약한 에너지와 식량공급,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전례 없는 양적긴축(QT), 지정학적 문제에서 오는 역풍의 궁극적인 효과를 아직 모른다”고 지적했습니다.
두 번째로 큰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도 어닝은 괜찮았는데요. EPS가 85센트로 전망치(77센트)를 넘었고 매출도 246억6000만 달러로 월가의 예상(243억3000만 달러)보다 좋았죠.
하지만 NII가 147억 달러로 시장 기대(148억 달러)를 밑돌았는데요. BofA도 4분기에 10억9200만 달러의 충당금을 적립했죠. 3분기보다 21.6% 증가했습니다. BofA 역시 지난해 4분기에는 충당금을 환입받았는데요.
그동안 은행권 CEO들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낙관적이었던 브라이언 모니한 BofA CEO도 이날은 “완만한 침체가 기본 사례”라며 상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도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비관적인 시나리오에서 BofA는 올 초 실업률이 5.5%로 상승하고 내년 말까지 5% 이상을 유지할 수 있다고 봤는데요.
미국 내 넘버 1·2 은행의 상황을 종합하면 △실적은 괜찮았으나 △핵심 이익부문 둔화 △대손충당급 급증 △은행 차원의 경기침체 전망(기본 완만하나 추가 악화가능) 등입니다. 이러니 분위기가 썩 안 좋았던 건데요. 씨티와 웰스 파고도 큰 틀의 흐름은 같습니다. 두 은행 모두 대규모 충당금 적립에 이익이 감소했지요. 씨티의 4분기 충당금 적립규모는 18억4500만 달러로 전분기 대비 35.1%, 웰스 파고는 9억5700만 달러로 22% 불어났습니다. 4개 대형 은행만 4분기에 61억8200만 달러 상당의 충당금을 쌓았는데요.
이런 상황에 JP모건체이스와 BofA는 개장 후 한때 -2~-3%를 기록했죠. 블룸버그통신은 주요 은행들의 실적 발표 직후 “불안정한 경제가 앞에 놓여있다는 신호들이 나오면서 미국 대형 은행 실적은 월가에서 덜 열정적인 환영을 받았다”며 “일부 지표는 예상보다 나빴고 모든 은행들은 충당금을 더 쌓았는데 이는 애널리스트들의 전망보다 많았다”고 했습니다.
“미시간대 1년 인플레 기대 4.4%→4.0% 연착륙 전망 확산”…서머스 “인플레와의 싸움 거의 끝나가지만 침체 가능성 여전히 높아”
그런데 좋지 않던 분위기를 바꿀 자료가 하나 나왔습니다. 미시간대 자료인데요.
이날 나온 1월 미시간대의 1년 인플레이션 기대 예비치가 4.0%로 지난해 12월(4.4%)보다 0.4%포인트(p) 떨어진 것으로 나왔습니다. 2021년 4월 이후 최저치인데요.
이는 12월 고용보고서 이후 지속하고 있는 ‘강한 노동시장+인플레 둔화=연착륙’ 주장을 뒷받침하는 걸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중요한 5년 이상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1월에 3.0%로 전달(2.9%)보다 0.1%p 오른 것은 조심해야 하는 부분인데, 최근 추세인 2.9~3.1%를 벗어나지는 않았습니다. 연준의 연착륙이 가능하려면 인플레이션 타깃(2%) 도달 시점을 2025년이라는 지금보다도 최소 2년 뒤까지 미뤄야 합니다. 더 빨리 타깃에 도달하려면 금리를 당장 더 많이 올려야 하는데요. 아직은 장기 인플레 기대가 괜찮은 겁니다.
추가로 소비자 심리가 크게 개선됐는데요. 1월 소비자심리지수가 64.6으로 12월(59.7)보다 4.9포인트 상승했습니다. 9개월 만의 최고치인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 집계치 60.7보다 높고 블룸버그통신의 전망치 상단도 뛰어넘었습니다. 현재 경제여건 지수도 지난 달 59.4에서 68.6으로 뛰었는데요. 소비는 미국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합니다. 블룸버그는 “강한 노동시장과 함께 미국인들은 점점 더 경제와 개인 재정상황에 낙관적이 돼 가고 있다”고 평가했는데요.
미시간대 자료는 오전10시에 나왔습니다. 모든 게 미시간대 자료 때문은 아니지만 오전에 어려움을 겪던 은행주들이 이후 2%대 상승세로 돌아섰고 지수들도 어느 정도 힘을 받았는데요. 앤서니 새글림베네 아메리프라이즈 파이낸셜의 수석 시장 전략가는 “은행들에서 완만한 경기침체를 볼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지만 이는 투자자들을 놀라게 하는 것은 아니”라며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서서히 완화하고 있다는 신호는 올해 높은 인플레이션을 보게 될 수 있다는 불감을 덜어준다”고 짚었습니다.
종합하면, 은행 실적이 예상보다 좋았음에도 대규모 충당금과 침체 경고(완만하더라도)에 시장이 반응했다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완만한 침체 언급은 전에도 있었던 것이고 완전히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는 말인데요. 여기에 인플레이션 기대가 떨어지고 소비자심리는 좋아지면서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것이 시장을 이끌었구요.
이는 결국 경기침체 논쟁, 연착륙 가능 여부와 직결됩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날 “상품 가격이 실질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공급망 문제도 반환점을 돌았다”며 “실업률을 크게 높이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2% 타깃으로 낮추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는데요.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뜻이죠.
확실히 침체 확률이 낮아진 건 사실인데요.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 겸 SS이코노믹스 대표는 강한 고용에 서비스 물가의 지속을 걱정하면서도 “금리를 상당히 올렸는데도 경제가 아직 강하다. 침체 가능성은 확실히 낮아진 것 같다. 50%보다 조금 낮다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도 12월 고용보고서 이후 침체 확률이 줄었다고 봅니다. 다만, 그는 여전히 침체가 찾아올 가능성을 높게 보는데요. 서머스 전 장관은 블룸버그TV에 “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더 낙관적인 가능성이 몇 달 전보다 더 그럴 듯해 보인다. 하지만 나는 올해 경기침체가 올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더 높다는 제 생각을 유지하고 있다”며 “조심해야 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가짜 새벽(fake dawn)”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가짜 새벽은 경제가 좋아지지 않고 있는데 그렇게 보이는 것을 빗대 표현한 건데요. 서머스 전 장관은 “금리인상 중단을 생각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 조금 이르지만 그날에 훨씬 가까워지고 있다”면서도 “6%가 넘는 CPI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아직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고 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대형 은행과 서머스는 침체 쪽에 서 있는 건데요. 미국의 침체 논쟁은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렸듯 31일에 나올 지난해 4분기 고용비용지수(ECI)를 보면 좀 더 윤곽이 나타날 것 같습니다. 연준이 신뢰하는 ECI를 통해 고용은 강한데 임금 인플레가 확실히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 발견되면 연착륙론자들이 더 힘을 받을 수 있겠죠. 반대의 경우라면 다시 한번 침체에 무게가 쏠릴 겁니다.
“S&P 종목 60%가 단기 과매수 상태”…“다음 주 어닝 리세션 여부 판단 본격화”
어쨌든 침체 논쟁은 글로벌로도 수면 위로 올라온 게 사실입니다. 영국 경제가 지난해 11월 월드컵 효과로 전월 대비 0.1% 깜짝 성장했는데요. 축구경기 시청을 위해 사람들이 펍과 바에 가면서 서비스 생산이 증가한 겁니다. 시장에서는 -0.2%를 예측했는데 플러스가 나온 거죠. 3분기에 -0.3% 성장을 한 영국은 4분기에 기술적 침체(두분기 연속 GDP 마이너스)에 빠질 것이라고 봤는데 이제는 안 그럴 수도 있게 된 겁니다. 12월에 -0.5% 이하로 역성장을 해야 4분기 마이너스이기 때문이죠. 유럽의 경제기관차 독일도 지난해 1.9% 성장, 생각보다 선방한 것으로 나왔는데요.
앞서 세계은행(WB)은 글로벌 경제가 올해 경기침체에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세계 경제가 올해 어렵겠지만 연말에는 반등할 수 있다. 미국도 연착륙할 수도 있다”고 했었죠. 블룸버그는 세계경제 연착륙 기대의 근거로 △중국 경제활동 재개 △따뜻한 유럽과 미국의 겨울 △미국 인플레이션 하락, 경착륙 전망의 이유로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인플레 자극) △지속적 금리인상 △끈적끈적한 인플레이션 등을 들었는데요.
전문가들의 생각도 갈립니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착륙을 위한 좁은 길이 있다”고 했고, 메간 그린 크롤 연구소의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달러강세가 피크를 지났다”고 했는데요. 반면 브루스 카스먼 JP모건체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인 글로벌 경기침체 위험은 줄었지만 올해 말이나 2024년 침체 가능성이 70%”라며 “경기침체가 앞으로 더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라고 분석했습니다. 중국의 수출 둔화(지난해 12월 -9.9%)도 우려스러운 부분이죠. 세계경제 측면에서는 중국 비중이 큰 만큼 중국 요인이 침체 여부를 가를 요인 가운데 하나겠습니다.
이제 증시 전망 보죠. 미국과 세계경제 전망이 혼란스러운 만큼 증시 예측도 쉽지는 않은데요.
본격적인 어닝 시즌을 맞아 베렌버그는 최근 한 달 동안 S&P500 종목 가운데 59%가 올해 실적 추정치를 하향 조정했다고 합니다. 지난 40년 동안 세 번째로 많은 숫자라는데요. 페어리드 스트래티지스의 차트 분석가 케이티 스탁턴은 “S&P500 종목 중 60%가 단기 과매수된 상황”이라며 “다음 주에 모멘텀이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S&P500 기업의 4분기 실적은 2.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에너지를 빼면 -6.6%입니다. 아만다 아가티 PNC 자산운용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어닝 리세션(실적감소)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실적 침체가 없는 경기침체는 없었다. 올해 침체는 2분기에 시작돼 4분기에 끝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요.
마이클 하트넷이 이끄는 BofA 전략가들은 S&P500이 3600으로 하락한 뒤 연말까지 4200선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봅니다. 하반기 반등 전에 추가 하락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죠. 골드만삭스 투자전략그룹도 연말 S&P가 4200~4300 정도에서 끝날 것으로 점치는데요. 미국 경제 침체 확률은 45~55%로 추정하고 있지만 침체가 오더라도 처음에 주가가 빠졌다가 연말 전에 회복할 수 있다는 거죠. 바클레이스의 전략가 엠마누엘 카우는 “가격압력 완화 신호가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에서도 나타나고 있으며 노동시장 또한 약간의 균열이 보이고 있다”며 “시장이 연준의 매파적인 수사를 무시할 이유들이 있다”고 했죠.
별도로 옐런 재무장관이 미국 정부가 다음 주 목요일에 부채한도에 도달한다며 채무불이행(디폴트)을 피하기 위해 일부 기금에 대한 투자 중단 같은 특별조치를 먼저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일단 6월 초까지 버틸 수 있다는데요. 백악관은 공화당에 조건없는 한도상향을 요구했습니다. 해당 상황은 틈틈이 챙겨봐야 할텐데요.
마지막으로 과도한 금융시장 완화는 연준이 부담스러워 하며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그르칠 수 있다는 점, 기억해야겠습니다. 16일 미국 장휴일인데요. 잘 쉬고 한국시간 18일 아침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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