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먹는 인슐린 개발에 도전했던 나스닥 상장사 오라메드 파마슈티컬이 임상 3상에 실패하면서 곧바로 주가가 무너내렸다. 이에 따라 미국 외 지역에서 가장 먼저 판권을 확보한 메디콕스(054180)도 큰폭으로 동반 하락했다. 향후 오라메드가의 경구용 인슐린 개발 전체 중단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판권 계약을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던 메디콕스는 사업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제약사 오라메드가 경구용 인슐린제제 ORMD0801 임상 3상에서 1차 평가지표로 설정한 혈당 조절(A1c) 개선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톱라인 결과를 발표했다. 2차 평가지표였던 26주차 공복 혈당(fasting plasma glucose) 개선에도 실패했다.
ORMD0801 임상 3상은 2형 당뇨 환자 710명을 대상으로, ORMD0801 8㎎을 1일 1회 복용, 1일 2회 복용(아침식사 45분 전과 밤에 1회), 위약 1일 1회, 2회로 그룹으로 구분해 투약했다. 하지만 ORMD0801은 위약 대비 통계적 유효성이 확인될 만큼의 A1c 개선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
오라메드는 임상 실패 발표 직후 이번주 장마감까지 이틀간 주가가 무려 79.1% 폭락했다. 11일 10.79달러로 마감했던 주가는 12일 2.54달러, 13일 2.25달러까지 수직 하락했다. 나다브 키드론 오라메드 최고경영자(CEO)는 "2상 임상에서 나온 긍정적인 결과를 고려할 때 이번 3상 임상의 결과에서는 안전성에 문제는 없었지만 유효성에 대한 탑라인 결과는 매우 실망스럽다"며 "연구의 전체 데이터를 확인하게 되면 향후 계획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임상 실패와 향후 개발 전면 철회 가능성에 메디콕스도 비상이 걸렸다. 메디콕스는 불과 2주 전인 지난달 29일 오라메드와 함께 경구용 인슐린(ORMD0801)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지난해 11월 국내 판권 계약에 이어 전략적 업무협약까지 체결했다. 오라메드의 임상 실패 소식에 메디콕스의 주가도 12일 22.7%, 13일 2.5% 급락하며 주가는 3305원에서 2490원까지 24.7% 급락했다.
문제는 주가만이 아니다. 메디콕스는 오라메드 경구용 인슐린의 국내 임상 비용과 라이선스 지급을 포함해 총 4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등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메디콕스는 오라메드와 협력을 포기하지 않고 다른 파이프라인으로 개발 논의를 지속할 방침이다. 오라메드 파마슈티컬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2상을 마친 비알콜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와 경구용 GLP-1(Glucagon-like peptide-1) 캡슐(ORMD-0901) 등이 대상이다.
다만 추후 예정된 유상증자 납입일에 투자사들이 신뢰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금 유치 변동에 따라 핵심 사업에 역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메디콕스의 기업가치는 크게 요동칠 수 있다. 오대환 메디콕스 대표는 “이번 임상 결과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양사 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보한 만큼 경구용 인슐린 외에 오라메드가 보유 중인 모든 파이프라인의 상용화 및 발전 방안 등을 함께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Why 바이오 코너는 증시에서 주목받는 바이오 기업들의 이슈를 전달하는 연재물입니다. 주가나 거래량 등에서 특징을 보인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해 시장이 주목한 이유를 살펴보고, 해당 이슈에 대해 해설하고 전망합니다. 특히 해당 기업 측 의견도 충실히 반영해 중심잡힌 정보를 투자자와 제약·바이오 산업 관계자들에게 전달합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