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011170)이 파키스탄 자회사 ‘롯데케미칼파키스탄(LCPL·LOTTE CHEMICAL Pakistan Limited)’을 인수한 지 약 14년 만에 매각한다. 비핵심 사업을 하는 자회사를 정리해 자금을 확보하며 중장기 비전으로 내세운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 확대’에 힘을 싣는다는 구상이다.
롯데케미칼은 13일 이사회를 열고 파키스탄 소재 고순도테레프탈산(PTA) 생산 판매 자회사인 LCPL 보유 지분 75.01% 전량을 파키스탄 화학 회사인 러키코어인더스트리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16일 밝혔다. 매각 금액은 약 1924억 원이다. 인수 가격 대비 13배의 가격으로 매각한 것이다.
LCPL은 롯데케미칼이 2009년 147억 원에 인수한 회사로 PTA를 중점적으로 생산해왔다. PTA는 합성섬유와 페트병의 중간 원료로, LCPL이 연간 생산할 수 있는 PTA 규모는 50만 톤 수준이었다. 글로벌 경제 복합 위기로 석유화학제품 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된 상황에서도 LCPL은 2021년 기준 매출 4713억 원, 영업이익 488억 원을 기록하는 등 양호한 실적을 보여왔다.
13년 넘게 운영해오던 사업을 매각하고 나선 데는 ‘고부가 스페셜티 확대’와 ‘친환경 소재 강화’라는 중장기 비전을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회사의 과감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2030년 매출 50조 원’ 계획 중 고부가 스페셜티와 친환경 소재 사업에서만 전체 매출의 60%에 해당하는 3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PTA는 대표적인 범용 석유화학제품으로 롯데케미칼이 최근 집중하고 있는 고부가 소재 사업에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회사는 2020년 하반기부터 이미 울산공장 PTA 공정 가동을 중단하고 설비 전환을 통해 페트(PET), 도료, 불포화 수지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고순도이소프탈산(PIA)을 생산하기도 했다. 이번 파키스탄 PTA 자회사 매각으로 롯데케미칼은 PTA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황진구 기초소재사업 대표 역시 “이번 해외 자회사 매각은 비전 2030 전략 방향에 맞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의 일환으로 기존 사업의 안정적인 경쟁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고부가 제품군 확대로 회사의 경쟁력 강화를 이뤄나가겠다”고 설명했다.
LCPL 매각을 통해 롯데케미칼은 13배에 달하는 매각 차익을 올리게 됐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롯데케미칼로서는 비핵심 사업 매각이 불가피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동박 제조사인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고 인도네시아에 초대형 화학단지를 조성하는 등 자금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2조 7000억 원이 필요하며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에 대한 총 투자금도 5조 5000억 원에 달한다. 롯데케미칼이 계획하고 있는 투자 금액은 2030년까지 13조 원 규모다. 이에 따라 이번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인수합병(M&A)과 더불어 스페셜티 사업 확대와 친환경 소재 사업 진출 등을 추진하는 데 두루 투입될 예정이다. 기존 석유화학제품인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PET 등의 고부가화도 추진한다고 롯데케미칼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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