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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팬덤을…롯데마트 '파격 실험'

■한국판 '웨그먼스' 모델 도입 추진

美 웨그먼스, 매장 적지만 '다른데 없는 것' 집중

고객 취향 세분화…5만개 이상 취급 이익률 높여

"바겐헌터족 과감하게 포기"…개인화 승부수 띄워

미국 뉴욕 플러싱의 웨그먼스 매장에서 고객이 조리식품을 둘러보고 있다. 서울경제DB




“할인행사만 보고 오는 바겐헌터족을 과감하게 포기하겠다.”

강성현(사진) 롯데마트 대표가 연초 회사 내부망에 올린 신년 메시지는 회사의 본격적인 전술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백화점과 달리 일상 소비를 목적으로 방문하는 사람들이 주 고객층인 대형마트들은 그동안 ‘대중성을 갖춘 다양한 품목’과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겨냥해 왔다. 특히 지난해엔 인플레이션 이슈와 맞물려 대형마트 3사가 저마다 ‘가격 파괴’, ‘물가 안정’을 내걸고 모객에 열을 올렸다. ‘매스 마케팅’이라는 마트의 전형적인 운영 방식에 힘을 빼고 강 대표가 강화하려는 것은 이와는 정반대인 ‘개인화’다. 충성 고객에 집중해 이들이 주로 찾는 재화를 보강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혜택과 만족도를 챙긴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전략은 고객 기호별로 세분화한 품목 운영으로 마트를 향한 팬덤까지 형성한 미국의 ‘웨그먼스(Wegmans)’를 모델로 한다.

미국 뉴욕 플러싱의 웨그먼스 매장에는 글루텐프리, 유기농, 비건, 코셔 등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를 세분화한 코너를 운영한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지난해부터 식료품 중심으로 충성 고객을 겨냥하는 ‘웨그먼스식 모델’ 이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1961년 설립된 웨그먼스는 미국 동부를 기반으로 110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식료품 중심의 마트 체인이다. 미국 전역에 5000개 이상의 점포를 운영 중인 월마트와 비교하면 로컬 성격이 강하지만, ‘웨그매니악(Wegmaniacs)’이라 불리는 팬덤이 형성될 만큼 충성 고객층이 두껍다. 강력한 팬덤은 5만 개 넘는 방대한 취급 품목에서 나온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많은 것’을 파는 것이 아니라 충성 고객의 취향을 세분화해 그들이 ‘다른 곳에서는 살 수 없는 상품’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기존 대형마트들이 많은 카테고리를 가져가되 다수 고객이 찾는 20~30% 인기 제품으로 매대 대부분을 채웠다면 웨그먼스는 자주 방문하는 고객들이 많이 사는 카테고리에 집중해 그 안의 품목을 늘려간다. 일반 마트에서는 한 선반에 모여 있을 글루텐 프리, 비건, 플랜트 베이스 식품이 이곳에서는 개별 코너로 구분돼 있고, 코셔(Kosher·유대교 율법을 따른 음식) 상품도 판다. 취급 치즈만 500여 종에 달하며 샤퀴테리(염장·훈연 등을 거친 육가공품) 존의 규모와 전문성도 상당해 와인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다. 월마트, 크로거 등 대형 유통체인은 물론 식료품에 방점을 찍은 트레이더조, 홀푸드 등과 비교하면 매장 수에서 밀리지만, 양적 팽창 대신 ‘값은 나가도 좋은 상품 파는 곳’, ‘트레이더조와 홀푸드에 없는 게 있는 곳’으로 포지셔닝 하면서 고객 충성도와 이익률을 챙긴 것이다. 매장 안에 꽤 넓은 공간을 할애해 베이커리, 수프, 초밥 등 델리(조리식품) 코너를 가져가며 이 부분에 공을 들인다는 점도 롯데마트가 지향하는 방향과 맞닿아 있다.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




강 대표가 “세일 상품 대신 롯데마트를 믿고 자주 찾는 소비자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결국에는 팬덤과 이를 통한 이익률 제고로 연결된다. e커머스의 부상과 오프라인 마트 포화 속에 매장 수나 저가 전략은 더는 먹히지 않는다. 강 대표가 2020년 12월 취임 후 줄곧 점포 리뉴얼을 이어온 데 이어 고물가·고금리로 소비심리 위축이 우려된다는 2023년 신년 메시지로 “소비자들은 더 이상 가격에만 현혹되지 않는다”며 저가 경쟁 종식을 선언한 이유다.



그룹 차원에서도 이 같은 시도를 주목하고 있다.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가 지난해 미국 출장길에 웨그먼스 매장에 들러 현장을 꼼꼼히 둘러본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후 롯데마트에서도 상품기획자들이 현지에 건너가 제품 카테고리나 운영 상황 등을 조사하고 돌아왔다. 2021년 리뉴얼 점포 제타플렉스 잠실에 와인·위스키 전문 매장 ‘보틀벙커’를 함께 열어 차별화·프리미엄 품목으로 샤퀴테리존을 운영해 온 롯데마트는 품목 확대 전과 비교해 지난해 관련 매출이 500% 이상 뛰는 등 새 시도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올해는 미국 시장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프리미엄 카레와 관련 식품군 전문화를 검토하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카테고리 전문화와 다양화를 통해 ‘롯데마트는 가성비부터 프리미엄 상품까지 다 있다’라는 고객 인식을 심고,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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