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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 기술수출·동남아엔 제조거점…포스트차이나 속도 낸다

[피크차이나 현실화]

◆새 성장공식 짜는 수출코리아

對中 무역수지 1년새 20분의1토막…역조현상 가팔라져

中 자체 공급망 구축·애국소비에 '중간재 역할'도 잃어가

전문가 "신시장 컨트롤타워 필요…중남미 등도 공략을"





지난해 우리나라는 472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2008년 이후 14년 만의 무역적자이자 적자 금액도 1996년의 206억 달러를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에 더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펼치며 국경을 닫았던 중국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대(對)중국 무역수지는 12억 5000만 달러 흑자로 전년의 242억 8000만 달러 흑자에서 2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여기에 중국이 내수 시장에 빗장을 걸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중 역조 현상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부터 수출 시장의 다각화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7일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의 수출입 상품 국가 총액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대한국 교역액은 3623억 달러로 집계됐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이어 일본을 제치고 중국의 2위 교역 국가가 됐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의존도가 커졌다는 뜻이지만 무역의 질을 보면 이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우리의 대중 수출 내역 가운데 중국 내수용과 우회 수출용의 비중은 2007년 6 대 4(무역협회 기준)에서 2021년 8 대 2로 중국 내수의 중요성이 더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중국 내수 시장의 분위기에 따라 우리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코로나19 봉쇄 정책으로 중국 내수가 침체되자 덩달아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액이 급락하고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된 바 있다.

대중 무역흑자 축소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18년까지 무역수지 흑자국 1위였으나 2019년 2위, 2020~2021년 3위였다가 지난해에는 22위까지 밀렸다.

월별로 보면 더 심각하다. 대중 수출은 지난해 6월부터 줄곧 마이너스이고 대중 무역수지 역시 지난해 5월 이후 반짝 흑자를 낸 9월을 빼면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연초인 1월도 실적이 나빠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중국이 쌍순환 전략을 내세우며 자체 공급망 구축을 강조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이미 중국의 반도체 제조용 장비 국산화율은 2021년 말 21%(무역협회 기준)에서 지난해 상반기 32%까지 올랐다. 중국의 애국 소비 열풍도 앞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중국의 중간재 회사들이 한국이 그동안 누려온 중간재를 대체해 우리 기업의 중국 시장점유율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 내 우리 기업의 공장 등도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당장 반도체 장비만 해도 중국 반입이 거의 막혀 있다. 중국 공장이 ‘좌초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정부와 기업이 (중국 내 공장 유지 문제 등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에 선제적으로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중동 등 신시장을 공략해 핵심 시장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역흑자 1위 국가로 떠오른 베트남과의 협력을 아세안 전체로 넓히고 미중 갈등의 최대 수혜국으로 부상 중인 인도도 공략해야 한다는 것이다.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실장은 “한·베트남 교류의 성과를 부러워하는 다른 아세안 국가를 노려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기에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라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오일머니’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중동도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힌다. 이들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토털 패키지’가 절실하다.

정부가 지난해 1차 수출전략회의에서 미국·중국·아세안 등 3대 주력 시장과 중동·중남미·유럽연합(EU) 등 3대 전략 시장을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청사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상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에서 통상교섭본부 내 신통상질서전략실을 만들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에 대응했던 것처럼 아세안·중동·인도·중남미 등 신시장 개척을 담당할 조직을 만들어 컨트롤타워로 기능하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출 시장 다각화 과정에서 기존 시장에 악영향을 주는 리스크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 조치에 문재인 정부가 ‘노재팬’ 캠페인으로 맞불을 놓으며 한일 관계가 오랜 기간 경색됐던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 강화 과정에서 유럽·미국보다 조금 더 늦게 조치를 발표했다면 비자 발급 중단이라는 보복 조치를 피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며 “우리나라가 무역·통상에 의존하는 만큼 상대방을 자극할 만한 행위는 가급적 최소화하려는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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