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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스페인어권 5억명 '정조준'…중남미까지 영토 넓히는 K웹툰

■ 업계 3위 리디까지 시장 진출

리디 이달 스페인어 서비스 개시

경쟁 덜한 시장서 선점효과 노려

유럽·중남미 동시공략 '일석이조'

카카오도 작년 7월 시범 서비스

선두주자 네이버와 경쟁 본격화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을 공략해왔던 한국 웹툰 플랫폼들이 스페인까지 전장을 넓히고 있다. 스페인 본토는 물론 같은 언어권에 속하는 중남미까지 공략할 수 있어 ‘일석이조’기 때문이다. 네이버웹툰에 이어 최근 리디·카카오엔터테인먼트까지 국내 ‘빅3’ 사업자들이 모두 스페인어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올해부터 현지 시장점유율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콘텐츠 플랫폼 업체 리디는 이달 글로벌 웹툰 구독 플랫폼 ‘만타’에 스페인어 서비스를 출시했다. 2020년 11월 영미권인 북미 시장을 겨냥해 영어 서비스로 출시한 후 다른 언어를 추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인기작 ‘상수리 나무 아래’를 포함한 10개를 시작으로 스페인어 작품을 늘려나갈 방침이다.

이번 언어 추가로 리디는 북미에 이어 유럽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게 됐다. 만타 애플리케이션 자체는 기존에도 전 세계 앱마켓에 출시돼 있었지만 영어만 제공해 현지화에 한계가 있었다. 리디가 유럽 첫 공략 국가로 스페인을 택한 것은 비교적 경쟁이 덜한 시장에서 ‘선점 효과’를 누리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유럽에서 가장 큰 만화 시장은 프랑스지만 이미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픽코마가 모두 현지에 직접 진출해 1·2위를 다투고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반면 스페인의 경우 네이버웹툰 외에는 아직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제대로 진출하지 않은 블루오션이다. 실제 만타는 스페인어 지원 전에도 웹툰·마블코믹스에 이어 스페인 구글 플레이스토어 만화 부문 매출 3위를 기록하며 선방하고 있었다.

리디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BL(남성 동성애물) 콘텐츠가 이미 스페인 현지에서 하나의 주요 장르로 자리 잡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1위를 차지했던 ‘엘리트들’ 역시 스페인 드라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리디 입장에서는 ‘빅2’가 이미 선점하고 있는 프랑스 시장에 바로 진출하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스페인에서 먼저 사업을 안착시킨 뒤 인접해 있는 프랑스와 타 유럽 지역까지 진출을 모색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같은 언어권으로 묶이는 중남미까지 공략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인구는 중남미에서만 4억 명에 달한다. 스페인 본토 인구(4700만 명)의 10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미국 거주 히스패닉(6200만 명)까지 합치면 스페인어가 모국어인 인구는 전 세계 5억 명으로 중국어에 이어 전 세계 2위 규모다. 중남미 국가들은 구매력은 비교적 낮지만 인구수가 많고 K팝 등 한국 문화의 인기가 상당해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중남미의 디지털 만화 시장은 연평균 10.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남미는 아직 사람들이 태블릿, 어도비 포토숍에도 익숙하지 않을 만큼 웹툰에 생소하다”며 “다만 세계 2위 규모의 언어권이고 북미 작품들에 대한 선호 문화가 있어 높은 잠재력을 가졌다”고 전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스페인어권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에 지난해 7월 스페인어 서비스를 시범 도입했다. 픽코마·페이지 등 카카오그룹이 운영하는 스토리 플랫폼 전체를 통틀어 스페인어 서비스 출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카카오엔터는 북미에서만 2300만 조회 수를 올린 ‘끝이 아닌 시작’을 포함한 15개 작품에 스페인어를 시범 도입한 데 이어 올해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조회 수 142억 회의 인기작 ‘나 혼자만 레벨업’의 단행본을 2020년 멕시코에서 출간해 아마존 만화책 판매 1위에 오른 경험이 있는 만큼 지식재산(IP) 경쟁력을 바탕으로 선두 주자 네이버웹툰 추격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싱가포르 국부펀드로부터 총 1조 2000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만큼 실탄도 충분하다.

네이버웹툰은 2019년 11월 국내 업계 최초로 스페인어권에 진출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 ‘여신강림’ ‘재혼황후’ 등 국내 작품은 물론 북미 ‘로어 올림푸스’ 등 인기작을 수급해 시장점유율 75%(데이터에이아이·최근 30일 이용자 수 기준)로 1위를 차지했다. 현지 1위 작품 ‘여신강림’은 누적 4억 회의 조회 수를 올렸다. 최근에는 북미에 선도입한 현지 작가 발굴 플랫폼 ‘캔버스’를 통해 현지 작품 비중도 키우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현지 작가의 47%를 캔버스를 통해 발굴했다”고 말했다.

빅3 외 NHN코미코의 ‘포켓코믹스’, 콘텐츠퍼스트 ‘태피툰’, 탑코 ‘탑툰’, 키다리스튜디오 ‘델리툰’ 등도 속속들이 스페인에 진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 웹툰 사업자 외에도 빅3 전부가 스페인어권 공략에 나서면서 현지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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