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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미술관 전문성·독립성 보장…화랑은 작가지원 늘려 시장 넓혀야

[미술시장 1조원 시대, 성장허들을 치워라]

<하> 체질개선 시급한 미술관·갤러리

미술관장에 일반 공무원 임명

전문성 고려않고 시대에 역행

부처 간섭없는 독자 운영 절실

글로벌 화랑들 韓 몰려오지만

화랑協 자폐적운영에 성장 한계

先 투자 통한 새 시장 창출 필요

지난해 9월 열린 키아프 서울 행사 전경 /사진제공=키아프서울 사무국




한국 미술시장이 1조원 시대를 열었고, 글로벌 미술계가 한국을 주목하고 있음에도 ‘K아트’가 도약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술계 전반의 체질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18일 미술계 전문가들은 시류를 거스르며 역행하는 미술관, 발전 없이 제자리걸음 하는 화랑들, 너무 잦은 경매로 출혈 경쟁하는 경매회사 등 미술시장의 플레이어 전반을 문제로 지적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전경.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미술관은 전문기관으로=이달 4일자로 수원시립미술관장에 일반직 공무원이 임명됐다. 직전까지 수원시 복지여성국장을 지낸 ‘비전문가’다. 이 미술관은 학예과장도, 수집연구팀장도 시청 공무원들이 맡고 있다. 큐레이터의 역할, 즉 학예업무라는 미술관의 핵심 기능이 사라진 셈이다. 양지연 동덕여대 큐레이터학과 교수는 “전문성 강화를 기조로 한 시대적 경향성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수원 뿐만이 아니다. 대전시립미술관은 전임 선승혜 관장의 임기가 끝나자 일반직 공무원을 관장에 승진 임명했다. 대구는 홍준표 시장 취임 후 조직개편을 단행해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을 신설하고 대구미술관장을 진흥원 산하 본부장급으로 격하했다. 과거 경기도가 경기문화재단 내 뮤지엄본부를 두고 산하 미술관·박물관을 관리·운영한 것과 유사하다. ‘층층시하’ 미술관은 전문 역량 위축의 결과를 가져온 바 있다. 미술관이 큐레이터 전문성보다 행정력을 강조하는 것은 개발독재시대 이거나 지자체 산하미술관이 조직과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설립 초기 때 뿐이다.

미술관은 미술계 최고 권위의 검증기관이다. 전문적 안목과 관장의 리더십이 미술관의 정체성까지 좌우한다. 국립현대미술관도 문화체육관광부 본부의 국장급 공무원이 기획운영단장을 맡아 학예실장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문화정책의 ‘팔길이 원칙’을 위해서라도 국립미술관의 법인화 논의,공립미술관의 전문성 보장이 필요하다. 테이트모던 등 영국의 공립미술관은 비정부공공기관으로서 정부 지원은 받되 어느 부처에도 속하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이다. 프랑스의 국가 대표 문화시설인 루브르·베르샤유·기메미술관 등은 하나의 법인 아래서 각자 운영하는 독립행정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같은 선진국 사례를 도입하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있다.



2022년 9월 열린 키아프서울 전경. 국내외 수요자들은 참신하고 새로운 미술 콘텐츠를 원하지만 우리 갤러리들이 이를 제대로 충족시키는지 반성적으로 돌아볼 때다. /사진제공=키아프서울 사무국


갤러리도 무한경쟁시대=세계적 아트페어인 프리즈(Frieze)가 아시아 첫 진출지로 서울을 택해 지난해 화려한 막을 올리며 국내 미술시장을 자극했다. 같은 기간 동시 개최의 초강수를 둔 키아프(한국국제아트페어·kiaf)도 선전했지만 체급차이와 역량부족은 숨기기 어려웠다. 문체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매년 진행하는 아트페어평가사업에서도 키아프는 국내 최정상 아트페어임에도 2등급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영택 경기대 교수는 “(키아프 주최측인)한국화랑협회의 자폐적 운영을 뜯어고쳐야 할 때”라고 비판했다. 화랑연합체인 한국화랑협회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수준 미달의 회원화랑을 ‘울며 겨자먹기’로 키아프에 참여시키는 것이 아트페어 전체의 질적 수준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민간업체인 아트부산이 공격적인 콘텐츠 확보로 10년 만에 정상급으로 성장한 것, 유능한 신생갤러리에 집중한 신한카드의 ‘더 프리뷰’ 아트페어가 긍정적 평가를 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갤러리 프로그램’이 체계적인 국제적 화랑들이 한국으로 밀려들고 있지만 정작 국내 화랑은 전속작가제 조차도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는.것도 문제다. 양지연·박영택 교수와 유진상 계원예대 교수 등은 “키아프서울에 참여한 국내 화랑 110곳 중 전속작가 제도를 제대로 시행하고 있는 곳은 10곳도 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유 교수는 “갤러리는 작가에게 재투자해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여건을 조성해둬야 하지만, 국내 갤러리는 대형 화랑조차도 작가에게 ‘먼저’ 투자하는 일이 드물다”면서 “갤러리는 작가가 갖고 오는 작품을 팔아주는 브로커나 딜러가 아니라 새로운 마켓을 만들어주는 게 본연의 역할”이라며 “지금은 갤러리도 완전히 새로운 단계로 도약할 때다. YG·하이브 같은 연예기획사처럼 콘텐츠를 기획해 시장에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준모 대표도 “화랑 경쟁력을 강화를 위해 작은 갤러리들의 연합체나 M&A 방식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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