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가 대주단협의체를 구성해 자금난 때문에 위태로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만기 연장과 재투자 방안을 추진한다. 증권 업계에 따르면 은행이 보유한 30조 원(지난해 9월 말 기준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의 PF 대출 가운데 고위험 사업장, 비주택, 지방 등을 제외한 27조~28조 원 정도로 사실상 은행 보유 PF 전액이 대상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대주단협의체는 코로나19, 레고랜드발 신용 경색, 고물가·고금리 등 돌발 악재가 겹치면서 시장의 자정 기능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 하에 고강도 옥석 가리기를 진행할 계획이다.
18일 금융 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5대 금융지주·국책은행·금융공공기관 등과 비공개 ‘부동산 PF 점검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은 올해 ‘분양 최대어’로 꼽히는 둔촌주공의 최초 분양 계약 마감일이었다. 회의에 참석한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시장을 추가로 경색시킬 수 있는 기폭제였던 둔촌주공이 계약률 60~70%를 기록하는 등 비교적 선방했지만 제2, 제3의 뇌관은 어디서든 터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롯데그룹과 메리츠금융그룹 투자협약 같은 정상 PF사업장에 대한 5대 은행의 자금 지원 △PF 대주단협의체 가동 △국책은행의 데이터센터 등 비주택 PF 자금 지원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5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PF 자금 공급 실적과 함께 올해 PF 자금 공급 목표를 금융 당국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당국이 2008년에 만들었던 PF 대주단협의체를 다시 꺼내든 것은 침체에 빠진 건설 경기를 연착륙시키기 위해서다. 최근 건설 경기 침체 우려로 선순위채권자 등이 각자도생에 나서면서 정상 사업장마저 휘청이는 상황이다. 실제로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 호텔 주차장 부지를 주거단지로 개발하는 사업조차 만기가 돌아온 대출 2210억 원을 상환하지 못해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 금융지주 부사장은 “국토부가 15조 원의 PF 보증 확대와 5조 원의 미분양 PF 보증 지원 등을 내놓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로 좀처럼 현장에는 온기가 돌지 못하고 있다”며 “대주단협약에 가입하는 건설사에 공적보증기관이 신용 보강을 해주면 계열 은행도 이를 따라 급한 불을 꺼줄 명분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번에 재가동되는 대주단협의체는 2008년 만들어진 대주단협약과 대주단협의회를 모태로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은 물론 증권사·보험사 등 173개사(2012년 6월 말 기준)가 가입돼 있다. 당시에는 혹독할 정도의 자구 노력을 전제로 참여 금융기관들이 보유한 건설사의 채권 만기를 최대 3년까지 연장하고 필요할 경우 신규 자금을 지원했다. 이후 2012년 기준 총 52개 건설사(정상화 9곳, 워크아웃 17곳, 기업회생 11곳, 기한 만료 8곳, 기타 7곳)가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구제됐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금융권이 보유한 140조 원의 PF 가운데 고위험 사업장(17조 2000억 원)과 아파트 외 사업장(55조 7000억 원) 등이 제외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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